점점 멀어지는 듯한 4강, KIA 타이거즈 마운드가 마지막 재정비에 나섰다.
KIA는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기점으로 선발진을 재편한다. 새 외국인투수 좌완 토마스가 6일 경기에 처음 선발등판해 새롭게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했다. 퇴출된 홀튼 자리에 토마스가 들어가 기존의 양현종, 임준섭, 송은범과 함께 4명의 선발로테이션이 완성됐다.
마지막 한 자리는 변동 가능성이 있다. 김병현이 불펜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겼다. 김병현은 지난달 31일 NC전에서 1⅓이닝 5실점으로 부진한 뒤, 5일 두산전에 세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31일 경기 역시 김병현이 선발등판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훈련 과정에서 타구에 다리를 맞아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토마스를 그 자리에 넣을까 고심했지만, 입국한 지 4일밖에 지나지 않아 김병현을 그대로 선발등판시키고 토마스는 불펜에 대기했다.
김병현이 5일 경기에 구원등판하면서 보직 변동의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김병현의 자리를 대체할 인물은 다름 아닌 김진우다.
김진우는 김병현이 조기강판된 지난달 31일 경기에서 부진탈출의 신호탄을 쐈다. 김병현을 구원등판해 5⅔이닝 3실점했다. 갑작스레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오른 2회를 제외하면, 깔끔한 호투였다. 선발로 다시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 컸다. 올시즌 김진우는 불운했다. 시범경기 때 타구에 정강이를 맞으면서 뒤늦게 합류했다. 5월 14일 창원 NC전에서 처음 등판했고, 이후 선발로테이션을 지켜왔다.
한창 공을 던질 시기에 재활에 매달린 터라 예전의 구위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김진우를 극심한 부진에 빠지게 만든 건 한 차례의 구원등판이었다. 지난 6월 10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엔트리에 있는 모든 불펜투수를 소진해 9회 김진우가 마지막으로 등판했다. 하지만 ⅓이닝 1실점으로 결승점을 내주고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이날 이후 김진우의 밸런스는 급격하게 흔들렸다. 이틀 뒤 선발등판에서 5이닝 6실점(2자책)한 뒤, 이후 단 한 번도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선발등판 이틀 전에 불펜피칭을 실시한다고는 하지만, 갑작스런 구원등판은 루틴에 익숙한 선발투수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김진우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김진우는 이후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잃었다. 자꾸 도망가는 피칭이 나왔고, 불리한 카운트에서 얻어 맞는 나쁜 패턴이 반복됐다.
두번째 투수였지만, 지난달 31일 NC전은 김진우의 선발 복귀가 임박했다는 걸 보여준 경기였다. 모처럼 5이닝을 넘게 소화했고, 구위나 밸런스에도 문제가 없었다. 무엇보다 자기 공에 확신을 갖고,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공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선동열 감독 역시 김진우를 다시 선발로 쓰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김병현이 다시 불펜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기고, 김진우가 자신감을 찾은 지금이 적기일 지도 모른다. 올시즌 KIA 선발진의 키플레이어였지만 불운에 울었던 김진우, 그가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