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경남 사천시 각산 중턱의 시멘트 포장 도로다. 태풍 나크리의 여파로 각산 중턱에는 연무가 드리웠다. 보슬비도 날렸다. 현재 시각은 4일 오전 10시30분쯤.
남자농구 LG 세이커스 선수 11명이 경사 약 20도의 가파른 길을 일정한 인터벌로 뛰어올랐다. 김 진 LG 감독은 연신 선수들을 독려했다. 한 지원 스태프는 선수별로 시각을 측정해 기록했다. 선수들은 달리기를 마칠 때마다 숨을 몰아서 쉬었다. 한번 달리기에 금방 몸은 땀범벅이 됐다. 선수들은 이미 상의를 탈의했고, 식스팩에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몸이 드러났다.
김 진 감독은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를 하기 위해선 이런 '스피드 파워'를 끌어올리는 체력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난달 28일 선수들을 이끌고 삼천포로 내려왔다. 김 감독은 지난 6~7월 선수들에게 지구력 훈련을 주문했다. 이제는 스피드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타이밍으로 봤다. 6일 삼천포 전지훈련을 끝내고 상경하면 그 다음부터는 실전 대비 친선경기의 연속이다. 2014~2015시즌 시즌 개막(10월 11일)까지 국내와 해외(필리핀)에서 연습경기를 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 단거리 달리기 통해 스피드를 향상시켜 놓지 않으면 시즌 중에는 별도의 훈련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선수들을 극한 상황까지 내몰고 있다. 매일(주말 휴식일 제외) 같이 오전 오후 야간 훈련까지 세번씩 훈련했다. 그중 오전 훈련이 각산 산악 달리기다. 각산 입구에 도착해 구단 버스에서 내린다. 훈련지까지 약 3㎞를 달린다. 워밍업이다. 산 중턱에 도착하면 선수별로 50m, 60m, 70m, 80m 오르막 달리기를 4번씩 반복했다. 4일은 날씨가 흐려서 그나마 선수들이 뜀박질을 하는데 수월했다. 강렬한 햇볕에 폭염이 몰아친 지난 1일에는 A선수가 탈수 증세를 호소해 부랴부랴 링거를 맞기도 했다. 지난 2013~2014시즌을 마치고 발등 부상으로 2개월 이상 휴식을 취했던 포인트 가드 김시래는 "정말 죽을 맛이다. 말할 기운 조차 없다"며 가뿐 숨을 몰아서 쉬었다. 김시래는 지난 시즌 종료 후 결혼했고, 삼천포 전지훈련을 오면서 새색시와 잠시 이별했다. 김시래는 지난 시즌 종료 때보다 체중이 불었는데 달리기로 쭉쭉 빠지고 있다고 했다. 김 진 감독은 "빠른 농구를 위해선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스피드가 올라와야 한다. 생각 보다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있다. 박경철 기승호 김영환 등이 아주 잘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약 1시간30분 동안 땀을 비오듯 흘린 선수들은 스트레칭으로 몸을 정리한 후 승합차에 나눠 타고 산을 내려갔다. 김 진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이끌고 빠른 걸음으로 하산했다.
오후와 야간훈련은 장소를 옮겨 삼천포체육관에서 했다. 삼천포체육관은 지방 소도시 치고는 시설이 수준급이다. 1000여석 정도의 관중석도 있다. 또 지난해까지 LG가 갔던 양구체육관 보다 크기가 더 넓어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적다고 LG 구단은 설명했다.
오후 훈련은 약 2시간 가량 세부 전술을 가다듬었다. 공격과 수비 훈련에 시간 배분을 같은 비율로 했다. 김 감독은 마음에 들지 않는 동작이 나오면 바로 정지시킨 후 시범을 보였다. 수비시 상대 공격수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각도와 잘못된 수비 위치 등을 유치원 교사 처럼 선수들에게 설명했다.
야간 훈련은 슈팅 연습 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선수들이 가장 재미있어 했고 신명나는 훈련 시간이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곤란하다. 선수가 대충 슈팅을 던지는 것 같으면 코칭스태프가 그냥 두지 않는다. 비록 훈련이지만 하나의 슈팅을 하더라도 집중력있게 혼을 다해 던져야 실전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게 지도자들의 한결 같은 주문이다.
LG의 삼천포 전지훈련은 태풍이 오기 전이나 지나간 후나 차이가 없었다. 삼천포에서 쏟아낸 굵은 땀방울이 추운 겨울 코트에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달달한 자양분이 될 것 같다. 사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