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끝에 꺼내든 선발 로테이션의 변화. 과연 신의 한수가 될 것인가.
죽음의 9연전을 치르고 있는 LG 트윈스. 장고 끝에 어렵게 짠 선발 로테이션을 급하게 변경했다. 무슨 의도가 숨어있을까.
LG가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외국인 투수 티포드를 선발로 내세운다. 외국인 선발 투수가 정상적으로 경기에 투입되는데, 뭐가 이상하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름 야심찬 카드다.
사실 티포드는 삼성전 등판이 예정돼있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28일 3연전 첫 경기에 등판해야 했다. 하지만 손가락 부상이 티포드의 발목을 잡았다. 공을 던지는 왼손 중지가 갈라졌는데, 상처가 아물었지만 또 공을 던지면 금방 찢어질 상태였다. 때문에 양 감독은 티포드를 대신해 불펜으로 돌렸던 임정우를 임시 선발로 내세웠다. 그리고 티포드는 빠르면 1일, 아니면 2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등판시키려 했다. 티포드 때문에 LG는 기존 선발진에 신정락까지 더해 임시 6선발 체제를 만들었다.
31일 삼성전에는 당초 우규민이 나설 예정이었다. 4일 휴식 후 등판이라 큰 무리는 아니었다. 티포드가 2일 경기에 나선다고 했을 때, 1일 경기는 리오단이 4일을 쉬고 나설 수 있었다. 3일 넥센과의 3연전 마지막 경기는 신정락이 대기중이다.
하지만 30일 삼성과의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양 감독은 급하게 계획을 수정했다. 티포드를 삼성전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여러 수가 섞인 투입이다. 양 감독은 "티포드의 손가락이 다시 찢어져도 어쩔 수 없다"라고 농담을 했다. 하지만 손가락 상태를 체크한 결과 공을 던져도 크게 무리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또, 티포드가 지난 23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등판이 없다. 31일 경기에 나서면 8일 만에 경기에 출전하는 것인데, 너무 오래 쉬어도 투구 감각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 삼성과의 3연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가겠다는 계산도 숨어있다. LG는 29일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7대6으로 신승했다. 임시 선발 임정우가 선발로 나섰고 포수도 김재민이 마스크를 썼다. 정성훈 스나이더 등 주전급 선수들이 많이 빠진 경기를 잡았다. 당연히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30일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31일 경기를 잡으면 선두 삼성을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달성할 수 있다. 삼성에는 이승엽 채태인 박한이 박해민 등 좋은 좌타자들이 많다. 사이드암 우규민보다는 좌완 티포드가 효율적일 수 있다. 또, 우규민의 등판이 하루 밀리면 넥센을 상대하게 된다. 넥센은 삼성과 달리 박병호 강정호 이택근 김민성 등 우타 라인이 경계 대상이다.
또, 이번주 연전을 길게 본 포석도 된다. 양 감독은 무더운 여름 날씨에 우규민과 리오단이 4일을 쉬고 등판하는 것 보다 하루라도 더 휴식을 하고 공을 던지는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만약, 티포드가 부상 재발 없이 삼성전에서 호투해주고 충분히 체력을 회복한 우규민과 리오단까지 좋은 공을 던진다면 LG는 죽음의 9연전을 무난하게 넘길 수 있다. 기적 재현의 전제 조건이 충족된다.
양 감독이 엄청나게 고민을 한 결과물이다. 이 선택이 과연 LG를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까.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