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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내셔널리거' 진창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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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본에서 잘 나가는 선수였다. 일본 대표 공격수인 이충성(산프레체 히로시마)과 함께 일본 유소년 무대를 정복했다. J2-리그에도 진출했다. 2008년 참가한 전국체전이 일본 무대에서 순탄한 축구생활을 이어가던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한국무대 6년차 '재일교포 내셔널리거' 진창수(29·경주한수원) 스토리다.

전국체전이 인연이 된 진창수는 2009년 챌린저스리그 소속의 포천시민구단 러브콜을 받아 한국무대를 밟았다. 진창수는 "당시 조총련계였던 안영학이 K-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나도 K-리그를 가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포천으로 옮겼다"고 했다.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뿌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재일교포가 한국에서 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고국 한국에서 내 존재를 드러내보고 싶었다"고 했다. 평생을 일본에서 보낸 그에게 한국 생활은 낯설었다. 말도 어눌했고, 문화적으로나 축구환경적으로나 너무나 달랐다. 특히 편견이 가장 힘들었다. 진창수는 "일본에서는 외국인 취급을 받았고, 한국에서는 존재감이 없었다. 고국에 왔는데 '쪽바리'라며 나를 타지 사람 취급하는 것을 듣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묵묵히 뛰는 그에게 조금씩 희망이 찾아왔다. 2009년 챌린저스리그에서 도움왕을 수상한 진창수는 2010년 내셔널리그의 강릉시청으로 이적했다. 기복없는 플레이로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마침내 K-리그에서 러브콜이 왔다. 챌린지의 고양 HiFC가 그를 영입했다. 진창수는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잘하면 클래식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에 넘쳤다"고 했다. 진창수는 33경기에서 5골-3도움을 올리며 맹활약을 펼쳤다. 클래식팀들이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에이전트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 설상가상으로 무적선수의 위기에 놓였다. 그를 구해준 것이 경주한수원이었다. 서보원 코치는 "포천에 있을때부터 관심이 있었다. 강릉시청 시절에도 영입제안을 했었다. 힘들어 하는 시기에 우리 팀으로 오라고 설득했다"고 했다.

진창수는 많은 기대 속에 경주한수원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상으로 고생했다. 다행히 3개월만의 복귀전에서 도움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윙포워드와 섀도 스트라이커를 번갈아 보는 진창수는 내셔널선수권 우승에 이어 리그 우승을 노리는 경주한수원 공격의 핵심이다. 서 코치는 "박지성 같은 선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에서 가장 많이 뛰고, 수비에도 공헌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년에 한번 밖에 가족을 보지 못하지만, 그는 그래도 한국에 있는게 행복하다고 했다. 진창수의 목표는 클래식 진출과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꼭 선수가 아니어도 상관없단다. 진창수는 "지도자가 됐던, 심지어 통역이 됐던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 나가보고 싶다. 그게 내가 한국에 왔던 목표를 이루는 방법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편견과 싸워온 진창수의 꿈을 응원해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