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최종 담금질 장소는 미국 마이애미였다.
러시아전에 포커스를 맞췄다. 16강의 분수령이 될 첫 경기가 가장 중요했다. '체력'이라는 한 가지 이유도 더 있었다. 고온다습한 쿠이아바의 기후를 이겨내지 못하면 러시아를 넘어서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30도를 웃도는 기온과 80%를 넘나드는 습도를 이겨내기 위해 가장 비슷한 마이애미를 전지훈련지로 택해 2주간 담금질을 펼쳤다.
예상보다 힘겨운 승부였다. 18일(한국시각)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첫 경기를 가진 태극전사들은 밑바닥 체력까지 끌어다 써야 했다. 해가 저물면서 기온은 25도로 낮아졌지만, 60%가 넘는 습도가 발목을 잡았다. 후반전 분위기를 타면서 경기 템포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박주영(29·아스널)은 55분을 소화하는데 그쳤고,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 구자철(25·마인츠)이 잇달아 근육 경련으로 누웠다. 쿠이아바의 기후는 특별 체력 프로그램을 능가할 정도로 악명을 떨쳤다. 1대1 무승부는 그래서 더욱 소중했다.
알제리전은 다른 색깔이다. 알제리전이 열릴 포르투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우는 쿠이아바보다 춥다. 전형적인 남반구의 겨울, 한국으로 치면 가을 날씨다. 19일 현재 최저 4도, 최고 15도를 기록 중이다. 최저 18도, 최고 30도에 달했던 쿠이아바와는 무려 10도 이상의 차이가 난다. 알제리전 당일인 23일의 예상 기온은 최저 7도, 최고 21도로 여건이 나은 편이다. 경기 시각엔 16~18도의 기온을 보일 것으로 예보되어 있다. 쿠이아바와 비교하면 10도 이상 차이가 난다.
쿠이아바의 경험이 홍명보호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극한의 상황 속에 체력싸움을 했던 쿠이아바와 달리, 포르투알레그리는 정상적인 시간 분배 속에 싸울 수 있는 여건이다. 마이애미부터 쿠이아바까지 가장 힘든 여건에서 훈련을 해온 홍명보호는 H조에서 체력이 가장 좋은 팀으로 평가되고 있다. 알제리는 벨기에전에서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약점을 보였다. 두 팀 모두 비슷한 휴식기간을 갖고 결전에 나서지만, 한국이 알제리보다 회복속도나 경기체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스캠프 이구아수의 달라진 환경도 호재다. 쿠이아바 원정을 떠나기 전까지 20도를 꾸준히 유지했던 이구아수의 기온은 19일 최저 8도까지 내려갔다. 낮기온도 15도에 머물고 있다. 홍명보호가 포르투알레그리 원정을 떠나는 21일까지 비슷한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어 있다. 한국영은 "쿠이아바에서 포르투알레그리고 바로 이동했다면 (체감기온) 차이가 더 컸을 것이다. 이구아수에서 (포르투알레그리의 기후를) 적응하고 이동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고비를 넘겼다. 만반의 준비를 한 홍명보호에게 포르투알레그리는 '환희의 땅'이 될 것이다. 이구아수(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