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9·아스널)은 회복 대신 채찍질을 택했다.
박주영은 19일(한국시각) 브라질 이구아수의 플라멩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월드컵대표팀 훈련에서 1시간10분 간 정상 훈련을 소화했다. 전날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선발출전했던 선수들은 이날 가벼운 스트레칭과 러닝으로 지친 몸을 달랬다. 하지만 원톱으로 선발로 나섰던 박주영은 황석호(24·히로시마) 김보경(25·카디프시티) 이근호(29·상주) 등 교체 선수들 및 벤치를 지켰던 동료들과 함께 패스 훈련을 하면서 감각을 조율했다.
이날 박주영이 맡은 임무는 '도우미'다. 박주영은 6대6으로 나뉘어 치러진 미니게임에서 홀로 흰색 조끼를 입고 공격권을 쥔 팀에 패스를 연결하는 '조커' 역할을 했다. 이구아수 입성 뒤 매진해온 슈팅훈련에서 변화를 줬다. 러시아전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던 연계플레이에 대한 감각을 찾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날 56분을 뛰면서 체력을 어느 정도 소진한 만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컨디션을 조율하려는 의지도 엿보였다.
러시아전은 박주영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을 만했다. 지난 튀니지, 가나전에 이어 다시 무득점에 그치면서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굳은 표정으로 지나쳤던 박주영은 이날 훈련에서 담담한 표정을 시종일관 유지하면서 반전의 의지를 드러냈다.
알제리전에서 박주영은 명예회복에 도전한다. 러시아와 달리 개인기와 스피드를 앞세운 알제리의 공격을 뚫기 위해선 상대에 필적하는 기량과 감각이 필요하다. 이런 조건에 프랑스 리그1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비슷한 특성의 선수를 상대해 본 경험까지 갖춘 박주영을 적임자로 꼽을 만하다. 다만 알제리전까지 남은 이틀 간의 이구아수 훈련에서 박주영이 러시아전과 달라진 감각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의 선택을 좌우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러시아전 승리가 각오"라는 다짐은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반전의 기회가 남아 있다. 알제리전을 바라보는 박주영의 눈빛은 불타오르고 있다. 이구아수(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