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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리포트]DJ 이청용? 자유분방 홍명보호 전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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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버스는 팀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가장 좋은 장소다.

외부와 차단된 그들만의 공간이다.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승리한 날은 광란, 패한 날에는 정적이 흐른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피로를 풀기도 하고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지난달 31일(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에 도착한 월드컵대표팀은 현지에서 관광버스를 대여해 이용 중이다. 숙소인 턴베리아이슬리조트에서 세인트토마스대학까지 왕복 30㎞ 거리를 이동한다. 교통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왕복 30~40분 정도 소요된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버스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버스 맨 앞자리는 홍명보 감독과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차지다. 옆에는 박건하, 김태영 코치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 등 소위 '선생님'들이 자리를 잡는다. 여기까지가 정해진 자리다. 나머지 23명의 선수들은 그날그날 자리를 바꿔가면서 앉는다. 버스 좌석이 넉넉해 2열씩 붙어 있는 자리를 선수 1명씩 차지하고 있다. 물론 모든 선수가 자리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곽태휘(33·알힐랄) 박주영(29·아스널) 등 고참급 선수들은 뒷자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월드컵대표팀 관계자는 "그동안 대표팀을 보면 첫 날 앉은 자리를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서는 선수들이 그날그날 탑승 순서에 따라 자리를 잡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매일 훈련을 전후해 모든 선수들이 섞일 수 있다. 이동 중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면서 그날 훈련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교환도 한다.

버스 안 분위기는 각양각색이다. 사색을 즐기는 선수가 있는가하면,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선수들도 있다. 마이애미 전지훈련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긴장과 피로가 여전히 묻어나고 있다.

다소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하나로 묶는 게 '음악'이다. 장기간 이어지는 타지 생활에서 'K-팝(Pop)'은 향수를 달래기에 제격이다. 버스 오디오 CD를 활용하는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홍명보호에서는 이청용(26·볼턴)이 DJ 역할을 하고 있다. 40만원 상당의 블루투스 스피커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황보 기술위원장은 "(이)청용이가 트는 노래가 내 코드에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웃었다. 한 방송의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흘러간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부른 것을 주로 튼다는 것이다.

숙소에선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가 오락담당이다.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위해 챙긴 히든카드인 무선영상수신기가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치료실 TV를 주로 이용하는 편"이라면서 "주로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고 밝혔다. 박종우(25·광저우 부리)는 "(홍)정호 덕분에 한국 방송을 아주 잘 보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마이애미(미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