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IA 양현종은 특별한 존재다.
극심한 타고투저의 트렌드를 온 몸으로 거부하는 투구를 한다. 그가 왜 리그 최고의 에이스인지 알려준 경기. 27일 광주 두산전이었다.
두산은 26일까지 팀타율 1위다. 무려 3할8리. 여전히 타격 사이클이 좋은 상태.
하지만 양현종의 너무나 위력적인 투구 앞에서 두산의 타선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4회와 5회의 기록지를 살펴보자. 4회 1사 이후 양의지부터 5회 마지막 타자 정수빈까지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양현종의 힘이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하는 상징적인 장면들이었다.
그는 1회 김현수와 홍성흔에게 연속 2루타를 허용, 선취점을 내줬다. 모두 높은 공의 실투였다. 하지만 2회 이원석과 오재원을 연속 삼진처리한 이후부터 완벽한 안정을 되찾았다. 3회 삼자범퇴를 시킨 뒤 4, 5회 삼진 퍼레이드를 펼쳤다.
150㎞를 넘나드는 패스트볼은 타자 좌우를 완벽히 찔렀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구종은 서클 체인지업이었다. 패스트볼과 똑같은 궤적을 만들다, 타자 앞에서 살짝 떨어지는 이 구종때문에 두산 타자들은 헛스윙을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슬라이더 자체가 너무나 예리했다.
그는 올 시즌 슬라이더를 가다듬었고, 커브를 추가했다. 이날도 구사비율이 많지 않았지만, 각이 큰 커브를 간간이 섞으며 두산 타자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그는 2010년 16승8패를 기록하며 대표팀에 승선했다. 이때 김시진 감독에게 컷 패스트볼을 전수받았다. 이듬해부터 그는 부진에 빠졌다. 당시 컷 패스트볼의 장착에 의한 투구 밸런스의 혼란스러움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이런 시각에 대해 "당시 어깨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지, 컷 패스트볼의 장착 때문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슬라이더를 커터형 슬라이더로 변화시키며 한 단계 진화했다. 당시 배웠던 커터의 그립으로 슬라이더를 구사한다. 때문에 그의 슬라이더는 확실히 휘는 각은 짧지만, 예리하고 빠르다.
게다가 커브를 완벽하게 장착하면서, 3피치(패스트볼, 슬라이더, 서클 체인지업) 투수에서 4피치 투수로 진화했다. 결국 그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무기(패스트볼과 서클체인지업)에 두 가지의 업그레이드 요소를 가미했다. 올 시즌 최고의 선발투수로 각광받는 이유.
그는 이날 102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6⅓이닝 6피안타 1볼넷 1실점. 탈삼진 7개. 이날 7회를 넘기지 못한 점은 약간 아쉽다. 하지만 오재원과 김재호의 빗맞은 타구가 내야안타가 되면서 예상보다 좀 더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막강한 두산 타선도 끝내 양현종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왜 양현종이 올 시즌 최고의 에이스인지 입증하는 경기력이었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