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리그. 2군 무대를 싹 쓸어버린 타자가 과연 1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다른 팀이 아닌 LG 트윈스의, 다른 선수도 아닌 우타 거포 유망주가 1군 무대에 데뷔한다. LG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팬들이라면 두 눈을 번쩍 뜨고 지켜볼 일이 생겼다.
LG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내야수 채은성을 전격 콜업했다. LG는 삼성전 하루 전인 26일 일찌감치 베테랑 이병규(9번)와 포수 윤요섭을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이병규는 햄스트링 부상, 윤요섭은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2군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갖게 됐다.
내려간 선수가 있으면 올라오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이 주인공이 누가 될지 궁금한 상황이었다. 1군 경험이 많고 내-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문선재가 콜업 1순위 후보였다. 하지만 LG의 선택은 채은성이었다. 1m86의 키에 92kg으로 건장한 체구를 자랑하는 채은성은 올시즌 2군에서 박병호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타율 4할3리에 6홈런 39타점을 기록하며 LG 퓨처스팀의 중심타자로 맹활약중이었다. 도루도 7개나 기록하는 등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스피드까지 갖췄다. 26일 기준으로 북부리그 타율 1위, 그리고 타점 2위다. 타점은 40타점을 기록중인 KT 위즈 간판타자 문상철과 단 1개 차이였다.
2009년 순천효천고를 졸업한 채은성은 신고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1군 기록은 아무 것도 없는 선수다. 그렇게 무명으로의 시간이 이어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성실하게 훈련, 경기에 임했고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둔 1월 정식선수로 계약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김기태 전 감독의 눈에 띄어 1군 선수들과 함께하는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아쉽게 스프링캠프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시범경기 막판 김 전 감독이 채은성에게 1군 선수들과 함께할 것을 지시했다. 1군 선수단의 분위기를 익히고, 2군에서 더욱 정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 김 전 감독은 "타격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한 재능이 있다. 이런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군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조계현 감독도 채은성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고, 1군 합류를 추천했다. 정의윤이 지난해부터 중심타자로 잘 성장해주고 있지만, LG의 확실한 장타력을 보유한 우타 거포 갈증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채은성에게도 기회가 온 것으로 보인다.
채은성은 시범경기 당시 등번호 102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1군 경기에 출전하려면 등번호를 두자릿수 이내로 줄여야 한다. 채은성은 삼성전을 앞두고 54번이 달린 유니폼을 받아들었다. 진정한 프로선수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한편, 윤요섭을 대신해서는 김재민이 1군에 등록됐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