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結者解之). 자기가 묶은 매듭, 결국 자신이 풀어내야 한다.
KIA 타이거즈 우완 선발 투수 김진우가 '결자해지'의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KIA가 다시 상위권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없느냐 마느냐는 김진우의 투구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김진우는 '키 플레이어'다. 그의 손끝에 팀 부활의 열쇠가 걸려있다.
최근 약 2주일 동안 13경기를 치른 KIA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5월 1일부터 11일까지의 7경기에서는 시즌 첫 스윕승을 포함해 5승2패로 선전했다. 이 덕분에 KIA는 순위를 6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5월 13일부터 18일까지 6경기 결과는 1승5패로 추락. 순위 변동은 없지만, 상위권팀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결국 이 시점에서 부진의 흐름을 끊고 반등을 이뤄내야 한다. 이걸 해내지 못하면 상위권과의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그 열쇠를 쥔 인물이 바로 김진우다. 어떤 면에서 보면 KIA의 이런 부진에는 김진우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올해 팀 전력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는 김진우가 시즌 초반 긴 공백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김진우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은 아니다. 지난 3월 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에서 채태인이 친 타구에 오른쪽 정강이를 맞아 재활을 해야 했다.
이 공백기가 예상보다 너무 길어진 것이 문제였다. 김진우는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재활훈련을 했는데, 다친 부위가 빨리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팀은 핵심 선발 요원을 한 명 잃은 채 개막 후 2개월을 보내야 했다. 그야말로 근근히 버틴 시기다. 김진우의 잘못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김진우의 공백이 팀에 큰 손실을 끼쳤다.
이제 김진우는 돌아왔다. 스스로 자신이 없는 동안 고생했던 팀과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김진우는 "그간 고생했던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었다. 안타깝고, 속이 상했다. 이제부터라도 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복귀 후 첫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 14일 창원 NC전에서는 6이닝 동안 6안타(1홈런) 4실점을 기록했다. 첫 복귀전에서 6이닝을 버틴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특히 불펜이 허약한 KIA에 '6이닝 선발'의 가치는 매우 크다. 그러나 아직은 제구력과 구위를 더 다듬어야 한다는 점도 드러낸 경기였다. 김진우 스스로도 이 경기에 대해 "경기 감각이 확실히 부족했다. 가다듬을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경기"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김진우는 이제 복귀 후 처음으로 일주일에 두 차례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다. 20일 광주 LG 트윈스전에 이어 4일 쉬고, 25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에 출격한다. 김진우는 "잘 된 일이다. 지금은 많이 나가 던져야 한다. 그래야 경기감도 빨리 돌아올 수 있다. 이제부터는 확실히 내 몫을 하겠다"고 늠름하게 다짐했다.
과연 김진우가 자신의 공백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줄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