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K-리그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닥공(닥치고 공격)은 아시아를 홀렸다. 최전방 공격수가 못 넣으면 2~3선이 계속 상대 골문을 두들겼다. 공격 또 공격이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홈 경기를 찾아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공격을 해서 이기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경기력 뿐만이 아니었다. 구단 운영도 현재 K-리그 구단 중 최고 수준이다. 올해 완공된 봉동 클럽하우스는 유럽 명문팀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애정과 클럽의 열정, 선수단의 투혼이 결합되어 있다. '절대1강'이라는 수식어는 이런 전북의 오늘을 빗댄다.
그런데 전북 서포터스 MGB(Mad Green Boys)는 자신들이 응원하는 구단의 수준이 아직도 '구멍가게'인 줄 아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보여준 매너는 가관이었다. 전반 36분 포항 이명주와 볼을 다투다 넘어진 뒤 박치기를 한 전북 최보경이 퇴장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그라운드를 향해 'XXXX 이명주' '이명주 꺼져' 등 듣기도 민망한 욕설을 쏟아냈다. 안전요원이 깃발을 그라운드로 던지려던 서포터스를 제재하기 위해 다가서자 오히려 위협적인 제스쳐를 취하기도 했다. 영호남을 넘어 K-리그를 대표해 아시아 무대에서 싸우는 두 팀을 보기 위해 평일 저녁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는 '공해'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은 부모에겐 지우고 싶은 장면이었다. 전북 구단 관계자들의 만류도 먹혀들지 않았다. 서포터스석에 구단 관계자들이 충돌을 우려한 나머지 자제를 요청했으나, 흥분한 팬들의 마음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팬들이 이명주가 의도적으로 파울을 했다고 보고 굉장히 흥분했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자제를 했다"고 말했다. 참다 못한 포항 팬들이 박수를 치고 '이명주'를 연호했으나,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욕설은 이날 경기를 중계한 TV와 인터넷을 통해 그대로 안방으로 전파됐다. 한 네티즌은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모르겠다. 전북 구단과 팬들을 욕 먹이는 짓을 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저런 일부 서포터들이 K-리그 일반 관중들을 다 쫓아내고 있다. 상대 팬들은 매너 있게 응원하는 데 이 무슨…"이라고 개탄했다.
MGB의 기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 년 전부터 상대팀 선수와 팬, 심판들에게 위협을 가해왔다. 구단을 향한 애정은 욕설과 폭력으로 변질됐다. 2009년과 2012년 각각 수원, 서울 팬과의 충돌로 전북 구단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벌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구단 뿐만 아니라 서포터스 내부 자정 노력도 헛수고였다. 일탈의 반복은 전북 뿐만 아니라 프로축구를 더 위축시킨다.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그라운드에 사랑하는 가족, 지인을 데리고 갈 이는 없다.
서포터스는 K-리그 흥행 첨병 중 한 부분이다. 치기어린 행동으로 팬의 눈살을 찌푸리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