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부족한 실전감각은 어쩔 수 없었다.
KIA 타이거즈 김진우가 아쉬운 복귀전을 가졌다. 1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시즌 처음 등판한 김진우는 5이닝 4실점하며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3-4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6회 팀이 동점을 만들면서 패전을 면했다.
올시즌 15승을 목표로 삼았던 김진우는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지난 3월 8일 대구 삼성전에서 4회 채태인의 타구에 왼쪽 정강이를 강타당했다. 당초 단순 타박상으로 보였지만, 근육 손상이 생기면서 공백이 길어졌다. 복귀는 개막 후 한 달 반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이를 악문 김진우는 1회부터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갔다. 타선이 1회부터 선취점을 뽑아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편안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김진우는 직구 위주의 피칭으로 실전감각을 조율하는 모습이었다. 김진우의 직구엔 힘이 있었다. 투심패스트볼이 최고 149㎞(NC 전력분석 기준)가 찍힐 정도였다. 포심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148㎞를 기록했다.
1회 박민우와 나성범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날 때 타구가 밀리는 게 보였다. 스트라이크존 복판으로 몰려도 힘으로 이겨냈다. 하지만 1회부터 3실점하고 말았다. 1사 후 김종호가 기습번트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고, 이호준이 볼넷을 골랐다.
김진우는 테임즈에게 초구부터 한복판으로 공을 던졌다. 이날 최고 구속을 기록한 149㎞짜리 투심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테임즈는 한복판으로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벼락 같은 스윙으로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혀내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역전 스리런홈런이었다.
홈런을 맞은 뒤, 김진우의 피칭은 다소 위축됐다. 직구 계열의 공에서 구속 저하가 느껴졌다. 또한 변화구 승부가 늘었다.
김진우는 2회에도 2사 후 연속 볼넷을 허용하는 등 고전했다. 전매특허인 폭포수 커브로 나성범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3회에는 테임즈에게 좌측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맞고, 폭투로 1사 3루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비를 넘겨내며 아슬아슬한 피칭을 이어갔다.
지나치게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공을 넣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1회 보여준 구위가 이어질 수 있었다면, 보다 공격적인 승부를 펼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처럼 나선 실전에 다소 위축된 듯 했다.
4회에도 선두타자 지석훈에게 2루타를 맞고, 2사 1,3루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이호준을 바깥쪽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팀 타선이 3-3 동점을 만든 5회, 김진우는 고비를 넘지 못했다. 2사 2,3루 허 준 타석에서 폭투를 범해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바깥쪽 떨어지는 공이었는데 포수 차일목의 블로킹이 다소 아쉬웠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김진우는 1군 등판 전에 실전 피칭을 두 차례 소화했다.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 두 번 등판한 게 다였다. 두번째 등판이었던 8일 상무전에서 80개 정도의 공을 던지려 했으나, 경기 도중 타구에 급소를 맞으면서 2이닝만에 조기강판됐다.
불펜피칭으로 투구수 100개를 채웠지만, 실전과는 달랐다. 홈런을 맞은 뒤, 투구 패턴을 바꾸는 과정이나 구속이 떨어지는 과정은 분명 좋지 않았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확실한 선발인 김진우가 정상궤도에 오른다면, KIA도 선발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