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 바람직하지 않다.'
올 시즌 초반 프로야구를 강타한 '타고투저' 바람. 야구인들은 극단적인 타고투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야구팬들의 입장에선 화끈한 타격쇼가 재미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핸드볼 점수가 오히려 흥미를 떨어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고 타고투저 현상을 인위적으로 막는 게 최우선은 아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투수들의 기량 발전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두산 베어스 우완 에이스 니퍼트는 10일 잠실 삼성전에서 시즌 첫 완투승(17대2)을 기록했다. 니퍼트 같은 강력한 선발 투수가 각팀에 많아진다면 타고투저 현상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
올 해 투수들은 각팀 별로 외국인 타자가 1명씩 영입되면서 고전하고 있다. 파워와 정확성을 겸비한 외국인 타자들이 모두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투수들를 압도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 합류의 시너지효과가 팀내 토종 타자들에게로 이어졌다. 홈런수가 증가하고 다득점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당장 이번 시즌 내내 투수들의 기량 즉 구속이 빨라지고 제구력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러면서 야구인들 사이에선 현재 심판들이 적용하고 있는 스트라이크 존을 조정하는 게 어떻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과 김경문 NC 감독,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 등 다수의 지도자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이 좁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걸 좀더 넓혀주면 투수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야 경기 시간도 단축하고 경기의 질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10일 롯데전에서 NC 선발 이재학의 공이 자신의 생각과 달리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 판정을 받자 주심에게 한 차례 가벼운 항의를 했다.
그는 "주심은 자기 기준에선 낮다고 했다. 스트라이크존이 지금 보다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좌우 폭 보다는 상하로 좀더 넓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좌우로 넓히면 몸쪽 공을 더 던져 타자들의 사구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타자를 보호하면서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기 위해선 상하로 늘려주는게 낫다고 본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이 좁고 투수들의 제구력이 떨어지다 보니 볼넷은 많아지고 경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평균 경기시간은 지난해 3시간20분에서 3시간25분으로 증가했다. 수비 시간이 길어져 실책도 덩달아 증가하면서 다득점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9.3점(2013년)→10.9점(10일 현재)으로 늘었다. 타자들도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볼넷을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감독들은 오는 7월 올스타전에 맞춰 감독자 회의를 갖는다. 이때 구본능 KBO 총재와 미팅도 갖는다.
지금 같은 타고투저 현상이 계속 된다면 감독들의 스트라이크 존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스트라이크 존은 심판들의 마지막 자존심 같은 것이다. 최근 국내야구에선 세이프 아웃 판정을 두고 오심이 잦았다. 그 바람에 관중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심판을 가격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러다보니 심판들은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현장에서는 최근 몇년간 스트라이크존이 지속적으로 좁아졌다고 말한다.
도상훈 KBO 심판위원장은 "이번 시즌 중간에 이미 정한 스트라이크 존을 바꾸는 건 오히려 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야구계가 확대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며 다음 시즌을 앞두고 바꾸는 걸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