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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스윕승, KIA의 진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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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가 달라졌다. 시즌 첫 스윕 승리. 상위권 도약을 위한 진격이 시작됐다.

KIA는 1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송은범의 7이닝 5안타 4볼넷 2실점 호투와 1회초 터진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의 결승 3점 홈런에 앞세워 한화를 5대2로 제압했다. KIA는 한화와의 주말 원정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시즌 첫 3연승과 스윕승을 달성했다. 더불어 이 승리로 KIA는 휴식기를 보내던 SK 와이번스를 0.5경기차로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

KIA의 스윕승은 지난해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 이후 11개월 만이다. 3연승 이상을 거둔 것도 이때가 처음. 6월 11일 NC에 이기며 3연승을 찍었다. 이 기록에서 알 수 있듯 KIA는 꽤 오랜시간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했다. 늘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최근의 KIA는 이전과는 좀 다르다. 비록 7위팀 한화를 상대로 한 스윕승리지만, 경기 내용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어떤 점이 달라진 것일까.

▶되살아난 선발 야구

올 시즌에 앞서 KIA의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것이 바로 '선발진의 힘'이었다. 일본 프로야구 다승왕 출신의 데니스 홀튼과 지난해 전반기까지 강력한 위력을 펼쳤던 좌완 양현종, 그리고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과거의 실력을 되찾은 김진우까지. 1~3선발은 어느 팀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선발로 돌아온 송은범도 스프링캠프를 충실히 보낸 끝에 상당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시즌 초반은 선발야구가 안됐다. 홀튼과 양현종은 기대만큼의 위력을 보이며 막강한 '원투펀치'를 형성했는데, 이후가 문제였다. 김진우가 3월 9일 시범경기 삼성전에서 타구에 다리를 맞아 다치는 바람에 1군 무대에 나서지 못했고, 송은범도 지나친 의욕을 앞세우다가 스스로 경기를 망치곤 했다.

그런데 한화와의 3연전에서는 KIA가 이상적으로 꿈꾸던 '선발야구'가 됐다. 선발진들이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했다. 9일 경기에서는 양현종이 8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고, 10일에는 홀튼이 6⅔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11일에도 송은범이 7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다. 선발 3인방이 세 경기에서 평균 7이닝 이상을 소화해준 것이다.

KIA는 불펜이 약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발이 길게 버텨줘야만 한다. KIA 선동열 감독도 "우리팀의 불펜을 감안하면 선발이 적어도 6회 이상 던져주면 좋은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11일 경기에서 송은범이 KIA 이적 후 최다인 7이닝을 버텨주자 '필승조' 김태영과 마무리 어센시오가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런 승리는 KIA가 가장 바라는 모습이다. 이 모습이 자주 나와야 KIA가 중위권을 넘어 상위권까지 넘볼 수 있다.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

KIA가 이번 한화와의 3연전을 앞두고 가장 우려했던 점은 바로 타자들의 감각이었다. 이전에 사흘간 휴식기를 보낸 터라 타격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 실제로 9일 경기에서 KIA는 한화 선발 이태양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8회까지 무득점에 그쳤다. 9회 나지완의 역전 2점 홈런과 연장 12회초 백용환의 솔로홈런이 아니었다면 지는 경기였다.

한대화 수석코치는 이 경기가 끝난 뒤 "3일의 휴식이 이렇게 감각을 떨어트려놓을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10일부터 타자들이 달라졌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대량득점에 성공했다. 10일에는 11점을 냈고, 12일에도 5점을 뽑았다. 최근 KIA에서 가장 '핫'한 4번타자 나지완이 2개의 홈런을 쳤고, 팀내 타율 1위인 외국인 타자 브렛 필도 12일에 결승 3점포를 때려냈다. 결국 이런 중심타선의 활약은 KIA 3연승의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은 타순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선 감독은 9일 경기를 앞두고 "현재로서는 나지완이나 필이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앞에 나오는 타자들이 활발한 출루를 해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10일 경기부터는 최근 타격부진을 겪고 있는 이대형을 9번으로 내리고 타격감이 올라 온 김주찬을 1번으로 냈다. 2번 자리에는 박기남을 썼다. 성공적인 변화였다. 김주찬은 이틀 동안 4안타 1볼넷으로 5차례 출루해 2득점을 기록했고, 박기남은 3안타 1볼넷으로 4번 출루해 3득점했다.

▶오랜만에 찾은 상승세, 계속 이어질까

상승세는 자주 찾아오는 게 아니다. 한번 잡았을 때 되도록 길게 이어가야 한다. 연승이 끊기더라도 위닝시리즈는 중단되면 안된다. 약체 한화를 상대로 거둔 스윕승리지만, 분명 KIA는 이전에 비해 매우 좋은 흐름을 찾았다. 또 3연승으로 인해 선수단 내부적으로 자신감도 커졌다. 이제 관건은 이걸 얼마나 이어가느냐는 점이다.

호재는 있다. 우선 '선발 야구'가 더 강해질 기회가 만들어졌다. 오랜 재활을 마친 김진우가 1군에 합류해 1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선발로 나설 예정이다. 김진우는 9일부터 1군 선수단에 합류해 10일에 약 90개의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직접 불펜에 가서 김진우의 모습을 본 선 감독은 "딱히 지적할 게 없을 정도로 좋은 몸상태였다. 구위도 상당히 좋았다"고 평가했다.

선 감독의 평가대로 김진우가 정상적인 위력을 발휘한다면 KIA는 막강한 1~4선발진을 갖추게 된다. 5선발인 좌완 임준섭도 최근 2경기에서 꾸준히 5이닝 이상을 소화해주고 있는 만큼 모처럼 이상적인 선발 야구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불펜의 약점도 커버할 수 있다. 게다가 나지완과 필 그리고 신종길까지 한화 3연전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인만큼 공격력 면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부상자가 속출했다는 점이다. 이미 이범호와 김선빈이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상태다. 부상 정도가 가볍지 않아 언제 1군에 복귀할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여기에 김주찬도 11일 경기에서 도루를 시도하다가 왼손 약지와 새끼 손가락 사이가 찢어지는 바람에 약 2주간 재활에 들어가야 한다.

현재 KIA는 내야의 빈자리를 박기남과 강한울 고영우 등으로 채웠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공격과 수비에서 건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확실히 잡아줘야 부상 공백이 적다. 외야수 김주찬의 공백은 김원섭이나 이종환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결국 부상자가 복귀해 완전한 전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백업선수의 활약도가 상승세 유지의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