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9연전은 9개 팀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팀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생소하기만 했던 9연전 일정이 끝났다. 휴식일이었던 월요일과 5월 5일 어린이날이 겹치면서 독특한 일정이 형성됐다. 금요일인 지난 2일 휴식을 취한 뒤, 3일부터 11일까지 아흐레동안 쉴새없이 달려왔다.
▶역시 삼성, '완벽한 투타 조화'로 치고 올라왔다
이번 9연전에서 돋보인 건 삼성이었다. 삼성은 6승3패로 KIA와 함께 승률 6할6푼7리를 기록했다. 이 기간 6연승을 내달리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9연전을 시작할 때만 해도 6위였는데 어느새 3위가 됐다. 6연승을 달린 9일에는 잠시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두산과의 마지막 주말 3연전에서 1승2패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삼성 마운드의 강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삼성은 좌완 백정현을 포함시켜 6선발 체제로 9연전을 소화했다. 투수진의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통했다.
백정현은 9연전 한가운데인 7일 SK전에 등판해 5⅔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삼성은 이날 타선의 뒷심으로 5대4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9연전은 삼성이 괜히 강팀이 아님을 확인해준 시간이었다. 투타의 밸런스가 완벽했다.
두산도 6선발 체제를 썼다. 좌완 정대현이 선발등판한 8일 롯데전에서 정대현이 2⅓이닝 4실점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이날 팀 타선이 폭발하면서 15대6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9연전 성적은 5승4패로 넥센, NC, 롯데와 함께 승률 공동 3위를 기록했다.
두산은 9연전 기간 믿었던 니퍼트와 유희관, 노경은이 모두 한 차례씩 부진했다. 하지만 니퍼트와 유희관은 1승1패를 기록했고, 그동안 승운이 없던 볼스테드가 2승을 수확했다. 선발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향후 두산의 반등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9연전 기간 팀 타율 1위(3할2푼6리) 득점 1위(73점)로 맹폭한 타선의 힘도 돋보였다. 롯데와 함께 세 차례 두자릿수 득점을 허용했지만, 세 차례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반대로 말하면, '핸드볼 스코어' 논란의 주범이기도 했다.
▶1,2위 지킨 넥센과 NC, 다시 한 번 드러난 명백한 강점
마찬가지로 5승4패를 기록한 롯데는 선발 유먼의 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6명의 선발투수가 등판했다. 하지만 두산과 마찬가지로 두자릿수 득점 승리와 패배가 이어지면서 종잡을 수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타선의 힘과 마운드의 불안요소를 동시에 확인한 9연전이었다. 그래도 두산과 함께 두 차례 위닝시리즈로 상위권 경쟁에 발을 들였다.
1위 넥센과 2위 NC는 이번 9연전이 고비라고 볼 수 있었다. 시즌 초반 반짝 상승세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험난한 일정에서 5승4패로 선전했다. 순위도 그대로 유지했다. 두 팀 모두 2승1패 두 차례, 1승2패 한 차례를 기록했다. 6일부터 8일까지 열린 두 팀의 맞대결에선 NC가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넥센은 지난 7일 NC전에서 5대24 대패로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잡을 경기를 확실히 잡는 운영이 됐다. 당시 불펜의 힘을 비축하면서 이후 4경기에서 3승1패를 기록했다.
넥센 역시 삼성과 마찬가지로 6선발 체제를 운용했다. 선발진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지만 타선과 불펜의 힘으로 9연전을 견뎌내 1위를 수성했다. 나이트가 부진에 빠져 2군에 간 건 악재다. 그래도 9연전 이후 곧바로 휴식 일정이 이어져 다시 체력을 비축할 힘을 마련했다.
NC는 정공법으로 9연전을 돌파했다. 김경문 감독다운 뚝심이 돋보였다. 변형 6선발 체제를 꺼내지 않고, 5인 선발로테이션을 그대로 유지시켜줬다. 놀랍게도 9경기 모두 선발이 5이닝을 채웠다. 이 기간 6경기를 치른 SK를 제외하면, NC만이 9연전 일정 속 모든 선발이 5회를 버텨준 팀이다.
NC 선발진의 힘은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이재학과 이민호가 한 차례씩 6회를 채우지 못했을 뿐이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가 무려 6차례나 나왔다. 9개 구단 중 최다다.
여기에 팀 평균자책점도 3.07로 유일한 3점대를 기록했다. 핸드볼 스코어 논란 속에 많은 팀들의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4점대도 6경기를 치른 KIA와 한화 뿐이었다. 5~7점대 평균자책점이 쏟아지는데 NC의 3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은 빛나는 성적이다. NC의 강력한 선발진이 향후 순위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6경기 치른 팀의 엇갈린 희비, KIA만 웃었다
9연전 승률 공동 1위는 KIA다. 물론 9연전 한가운데인 6일부터 8일까지 경기가 없었다. 6경기서 4승2패로 승률 6할6푼7리를 기록했다. 부상 공백이 컸음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꿀맛 같은 휴식의 효과는 컸다. 3일부터 5일까지 넥센과의 홈 3연전은 1승2패로 마감했지만, 휴식 이후 한화와의 3연전을 싹쓸이했다. 3연전 내내 투타, 선발과 불펜의 조화가 돋보였던 게 더욱 긍정적이다. 양현종과 홀튼, 송은범이 3일 동안 릴레이 호투를 펼쳤다.
KIA 외에는 휴식의 재미를 보지 못했다. 3일부터 5일까지 경기를 쉬고 6일부터 6연전을 소화한 한화는 2승4패에 머물렀다. LG와의 원정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2승1패)를 가져갔지만, KIA에게 스윕을 당했다. LG전에서 팀 밸런스가 맞아갔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SK는 최악이었다. 9연전 마지막 일정인 9일부터 11일까지 주말 3연전에 휴식을 취한 SK는 앞선 6경기에서 1승5패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 5일 롯데에게 1승을 거둔 게 유일한 승리다. 순위는 5위에서 7위까지 떨어졌다. 과연 휴식일 동안 얼마나 재정비를 마쳤는지가 관건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