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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조쉬벨-칸투, 불붙은 홈런왕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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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과연 LG 또는 두산에서 홈런왕이 탄생할 수 있을까. 40홈런 시대도 다시 열릴까.

LG 조쉬벨, 두산 호르헤 칸투, 그리고 넥센 박병호가 마침내 전면에 나섰다. 홈런 경쟁이 3파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4일 현재 8개의 홈런으로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칸투는 지난 3일 LG전에서 투런포를 날리며 시즌 8호째를 기록했고, 박병호는 4일 KIA전에서 임준섭으로부터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칸투, 조쉬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토종 거포와 외국인 타자 사이의 홈런 경쟁은 언제나 흥미를 자아낸다. 지난 98년 삼성 이승엽과 두산 타이론 우즈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승엽이 8월말까지 앞서 있었지만, 우즈의 막판 몰아치기에 밀려 타이틀을 내준 적이 있다. 외국인 선수가 홈런왕을 차지한 것은 그동안 두 차례 밖에 없었다. 2005년에는 현대 서튼이 35개의 아치를 그리며 압도적인 차이로 홈런왕에 올랐다.

올해는 3년만에 외국인 타자가 등장해 2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가 강력한 경쟁자들을 만난 셈이 됐다. 시즌 첫 7경기에서 홈런을 치지 못한 박병호는 최근 장타감각이 상승세다. 지난달 6일 창원 NC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신고한 이후 20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때렸다. 꾸준함이 돋보인다. 2012년 31홈런, 2013년 37홈런을 때린만큼 레이스를 끌고가는 힘이 외국인 타자들보다 나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올해도 30홈런 이상이 유력하다.

조쉬벨은 파워만큼이나 정확성도 뛰어나다. 이날 현재 타율 3할1푼5리로 고감도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모 아니면 도' 스타일의 타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스위치 타자인 조쉬벨은 지난달 1일 SK전에서는 좌우 타석에서 홈런을 뽑아내기도 했다. SK 왼손 투수 레이예스를 상대로 3회 좌월홈런을 터뜨렸고, 9회에는 오른손 투수 백인식으로부터 우월 홈런을 날렸다. 상황에 따른 타격 능력이 돋보인다.

개막전에서 홈런을 터뜨렸던 칸투도 꾸준히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오른손 타자인 칸투 역시 3할대 타율(0.308)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일 LG전에서는 류제국을 상대로 결승 투런포를 날리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04개의 홈런을 쳤던 경험이 국내에서도 통하고 있다. 김동주, 우즈 이후 오른손 거포 부재에 시달렸던 두산은 칸투의 활약으로 중심타선을 제대로 꾸릴 수 있게 됐다.

특히 조쉬벨과 칸투의 홈런이 빛나는 것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잠실은 좌우, 중앙 펜스까지의 거리가 각각 100m, 125m로 국내에서 가장 멀다. 두 선수 모두 잠실에서 4개의 홈런을 날렸다. 홈런을 치는데 있어 펜스거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평균 비거리를 보더라도 조쉬벨은 117.5m이며 110m 이하는 한 개도 없다. 칸투도 평균 비거리가 121.3m이며 최단 비거리 홈런도 115m나 된다. 그렇다고 박병호가 뒤지는 것도 아니다. 박병호의 홈런 평균 비거리도 칸투와 같은 121.3m다.

올시즌 잠실을 홈으로 쓰는 팀에서 홈런타자가 나올지, 또 외국인 타자가 그 주인공이 될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0년 롯데 이대호를 끝으로 명맥이 끊긴 40홈런 타자가 탄생할 수 있을지에도 기대가 모아진다. 물론 박병호의 홈런왕 3연패도 걸려있다. 단순 산술적으로는 세 선수 모두 38홈런을 칠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