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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정길옥 SK텔레콤펜싱GP 銅,안방자존심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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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플뢰레 맏언니' 정길옥(34·강원도청)이 안방에서 펜싱2강 코리아의 자존심을 지켰다.

정길옥은 27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 펼쳐진 SK텔레콤국제그랑프리펜싱선수권 여자플뢰레 개인전에서 4강에 올랐다. 남녀 선수를 통틀어 유일하게 준결승에 이름을 올렸다.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길옥은 2년전 런던올림픽에서 남현희 전희숙 오하나 등 후배들을 이끌고 여자 플뢰레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대통령배 전국남녀펜싱선수권 개인전 금메달, 남녀종별펜싱선수권 개인전 은메달을 잇달아 따내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실력으로 보여줬다.

1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SK그랑프리 펜싱대회, 남자플뢰레 에이스들이 개인전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고, 단체전 8강에서 러시아에 45대38로 분패하며 메달권이 좌절됐다. 여자플뢰레 개인전에서도 '돌아온 에이스' 남현희가 32강에서, '지난해 동메달리스트'전희숙이 16강에서 탈락했다. 이날 나홀로 8강에 오른 맏언니 정길옥은 이를 악물었다. 프랑스의 이사오라 티뷔스에게 15대14 짜릿한 한점차 승리를 따내며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 상대는 세계 최강 발렌티나 베잘리(40)였다. 신중한 경기를 이어갔지만 섬세한 베잘리의 칼끝에 연거푸 찔리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정길옥은 4강의 기쁨보다 준결승전 결과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실 4강은 생각지도 못했다. 4강에 오를 때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준결승에서 베잘리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해 너무 아쉽다"며 웃었다.

맏언니로서 후배들을 제치고 나홀로 4강에 오른 부분을 언급하자 "나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더 열심히 하고, 더 잘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후배들을 제치고 변함없는 기량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소속팀에서도 후배들과 함께 오전 오후 야간 훈련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후배들보다 나이가 더 있는 만큼 더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올시즌 태릉선수촌을 떠나 소속팀에서 훈련하고 있다. 주말 휴식시간을 활용해 충분한 회복시간을 갖게 되면서, 체력적인 면은 오히려 향상됐다. 실전 경험과 순간적인 판단력이 승부를 좌우하는 펜싱은 '베테랑'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종목이다. '베테랑' 정길옥은 인천아시안게임의 해, 자신의 훈련시간을 스스로 컨트롤하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32강에서 남현희를 한점차 5대4로 꺾고, 준결승에서 정길옥을 7대0으로 돌려세운 불혹의 이탈리아 에이스 베잘리가 끝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4세나 어린 '세계랭킹 1위' 한솥밥 동료 아리아나 에리고(26)를 15대9로 꺾었다. 정길옥은 "베잘리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포인트의 정확성이 뛰어나고, 플레이가 섬세하다. 나이 마흔에도 점점 더 기량이 느는 것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마흔살 이탈리아 에이스의 투혼이 서른넷 대한민국 에이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까? 정길옥은 '마흔살까지?'라는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6년후 미래보다 하루하루 눈앞의 목표에 충실하겠다는 뜻이다. "일단 올해 인천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라며 조심스럽게 꿈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열린 남자플뢰레 단체전에서는 1-2번시드 이탈리아와 미국이 16강에서 각각 브라질, 일본에 지며 조기탈락하는 대이변속에 프랑스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세계랭킹 4위 프랑스가 세계랭킹 3위 러시아를 결승에서 대접전끝에 45대 40으로 꺾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