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갈은 '복수의 칼'이 광저우 헝다의 심장을 관통했다. 광저우를 향한 복수의 열의는 수적 열세도 막아서지 못했다.
전북이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4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18일 열린 원정경기에서 주심의 오심으로 광저우에 1대3으로 패했던 전북이 안방에서 패배를 되갚아줬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전북은 승점 7(2승1무1패·골득실차 +2)로 광저우(2승1무1패·골득실차 +3)와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차에서 1골 뒤져 2위에 자리했다.
전북은 안방 '전주성'에서 화끈한 복수를 노렸다. 1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최강희 전북 감독은 "지난 경기 후 몇일 동안 잠을 못 잤다. K-리그가 진행 중이었지만 광저우전만 계속 생각났다. 우리 선수들도 내일 경기를 기다려 왔다. 반드시 이겨서 팀 분위기를 바꾸겠다"며 복수를 노래했다.
광저우 원정 패배의 후유증을 되갚아야 했다. 전북은 광저우 원정에서 1-2로 뒤진 후반 13분 정인환의 헤딩골을 도둑맞았다. 문전 혼전 과정에서 정인환이 머리로 공을 밀어 넣었지만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수비수와 골키퍼를 밀었단다. 그러나 정인환의 헤딩 슈팅이 이뤄지고 난 뒤 골키퍼와의 충돌이 발생했다. 결정적 오심이었다. 전북은 오심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1골을 더 허용해 1대3으로 패했다. 후유증이 컸다. 오심과 패배가 전북의 좋았던 팀 분위기를 단숨에 흐트렸다. 전북은 광저우 원정 이후 치른 리그 3경기에서 1승1무1패로 부진했다. 호주와 중국 등 원정 4연전으로 누적된 피로와 정신적 타격이 전북의 발목을 잡았다.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 놓아야 했다. 광저우전은 전북의 자존심과 명예, 실리가 걸린 '축구 전쟁'이었다.
이동국과 레오나르도, 이재성, 한교원을 공격 진영에 내세운 전북은 전반 초반부터 광저우를 향해 날카로운 창을 힘껏 찔렀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7분 동안 네 차례의 슈팅을 쏟아냈다. 전북이 공격을 주도하면 광저우가 역습을 전개했다. 광저우 원정에서 전북이 열세에 몰렸던 상황과는 정반대였다.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지만 전북은 지속적으로 광저우의 골문을 두드렸다.
전북은 후반에 위기를 맞았다. 후반 21분, 광저우의 역습을 파울로 차단하던 정 혁이 두 번째 경고를 받아 레드 카드를 받은 것. 그러나 위기가 기회였다.
수적 열세를 의지로 만회했다. 승부를 가른 건 레오나르도의 고감도 슈팅 한 방이었다. 레오나르도는 후반 31분 이재성의 로빙 패스를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오른발 논스톱 발리슈팅으로 연결해 굳게 잠겼던 광저우의 골문을 열었다. 레오나르도의 손가락 하트 세리머니에 전주성이 들썩거렸다. 동시에 3000여명의 광저우 원정팬들의 입은 순간 굳게 닫혔다. 광저우 팬들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반면 전북 서포터스의 응원은 전북이 1대0으로 앞선채 끝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전북은 이날 승리로 광저우와의 역대 전적도 2승2무2패로 균형을 맞췄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