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팀 호주를 만난 것이 좋은 여건은 아니다."
홍명보 감독은 아시안컵 조편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홍 감독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아시안컵 본선 조추첨식을 마치고 27일 귀국했다. 한국은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 호주, 오만, 쿠웨이트와 함께 A조에 속했다. 당초 우려한 '죽음의 조'에 비하면 비교적 무난한 조에 속했다는 평이다. 조추첨식 시작 전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월드컵 조추첨과 마찬가지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 따라 아시안컵 포트를 배정했다. FIFA 랭킹 60위인 한국은 AFC 가맹국 가운데 4번째다. 이란(42위), 일본(48위), 우즈베키스탄(55위) 그 다음이다. 호주는 63위지만 개최국 자격으로 톱시드를 배정받아 한국은 2번 포트로 밀렸다. 홈팀 호주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해볼만한 오만, 쿠웨이트와 함께 하며 조추첨의 여신은 한국에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홍 감독은 조십스러웠다. 그는 "이번 아시안컵에 진출한 전력을 봤을때 거의 대동소이하다. 스타트가 2번 포트에서 출발했기에 두 팀 이상 강팀 만난다고 생각했다. 1번 포트 4팀 중 홈팀을 만난 것은 좋은 여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시안컵 조추첨을 마쳤지만 홍 감독의 머릿속은 월드컵으로 가득하다. 5월 월드컵 대표팀 소집 전까지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일단 4월 유럽행을 계획 중이다. 홍 감독 본인이 직접 갈지, 코치들이 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홍 감독은 "내가 갈지, 코치가 갈지 모르지만 4월에 유럽으로 가서 선수를 체크할 것이다. 이를 제외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상대 분석과 정해지지 않은 나머지 포지션 선수를 찾는 일이다"고 했다. 4월 코칭스태프의 유럽 출장에 의무팀의 동행 여부는 미정이라고 했다. 홍 감독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계획된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소속팀에 대한 문제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의 호주 출장 동안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홍명보호의 핵심' 기성용(선덜랜드)과 손흥민(레버쿠젠)이 나란히 골맛을 봤다. 기성용은 27일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리버풀전 후반 31분 헤딩골을 쏘아 올렸다. 손흥민도 같은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SGL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27라운드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 후반 35분 득점포를 가동했다. 홍 감독은 두 선수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홍 감독은 기성용에 대해 "출발하기 전에 기성용 게임 봤다. 득점 장면을 못봤다. 골을 넣어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힘을 낼 수 있는 골이라 생각한다"고, 손흥민에 대해서는 "손흥민은 팀과 본인 모두 분위기가 다운돼 있다. 팀이 승리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본인이 직접 골 넣어서 승리를 이끈 것은 대단한 일이다. 남은 기간 동안 더 잘할 수 있는 목표가 생겼을 것이다"고 했다. 당부도 있지 않았다. 홍 감독은 "지금 기성용과 손흥민 모두 체력적으로 많이 어려운 상태다.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상 당하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홍 감독과 함께 호주를 다녀온 특별한 손님이 있었다. 박경호 옹(85)은 1956년 제 1회 아시안컵 우승 당시 한국 대표 선수 자격으로 AFC 초청을 받아 조추첨에 참석했다. 박 옹은 "내가 1956년 대회 출신 중 살아남은 3명 중 하나다. AFC에서 당시 원로가 살아있다고 해서 초청해주더라. 처음 대표선수가 됐을때 처럼 감개무량하다. 85세 인생 최고의 영광이라 생각한다"며 웃었다.
인천공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