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출전했지만 단 40분만에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선덜랜드 임대 이적 후 처음 당한 전반전 교체의 굴욕이다.
기성용(25·선덜랜드)이 23일(한국시각) 영국 노리치의 캐로우 로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노리치시티전에서 전반 40분간 뛰었다. 강등권 탈출을 노리던 선덜랜드는 노리치시티에 0대2로 패하며, 리그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의 부진에 빠졌다. 승점 쌓기에 실패한 선덜랜드는 순위도 18위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기성용은 브리드컷, 콜백과 함께 중원에 포진했다. 16일 열린 크리스탈팰리스전에서 기성용은 수 차례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등 저돌적인 공격력을 선보였다. 팀 승리를 위한 '공격적' 변신이었다. 15위에 그쳐있던 노리치시티전에서 공격 포인트가 기대됐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상대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노리치시티에 주도권을 빼앗기며 수비에 전념해야 했고 공격 전개시에도 볼 배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패스의 줄기마저 노리치시티 수비에 끊기기 일쑤였다.
평소 답지 않았다.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축구 통계전문 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의 분석에 따르며 기성용의 노리치시티전 패스 성공률은 64%였다. 선발 출전한 10명의 필드 플레이어 중 측면 수비수인 마르코스 알론소와 함께 팀내 공동 최하위였다. 기성용의 리그 평균 패스 성공률은 90.9%, 팀내 최고는 물론 리그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패스가 정교하다. 평소 경기당 평균 47개의 패스를 뿌리지만 노리치시티전에서 단 11개의 패스에 그쳤다. 출전시간 대비로 계산해도 평소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기성용에게 강한 신뢰를 보이던 거스 포옛 선덜랜드 감독도 40분만에 교체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기성용의 강점은 기복 없는 플레이다. 안정적으로 볼을 키핑과 드리블로 상대의 압박을 벗겨낸다. 선덜랜드가 볼 점유율을 높이고 공격과 수비에 밸런스를 맞추는데 기성용의 정확한 패스가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날 '중원 사령관' 기성용은 없었다. 매경기 기복 없이 제 역할을 해주던 기성용이기에 부진이 더욱 충격적이다.
영국 언론도 기성용의 부진을 지적했다. 영국의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에게 평점 5점을 부여하며 '전반전 동안 위축됐고, 전방으로 이동하는 창의성도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알론소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낮은 평점을 받았다.
다행히 기성용의 부진은 단순한 컨디션 난조로 봐도 될 것 같다. 특별한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최근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충분히 휴식도 취했다. 선덜랜드의 강등권 탈출을 위해서도 기성용이 정상 컨디션 회복이 필요하다.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