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 부재에 시달리던 포항이 모처럼 웃었다.
절치부심했던 유창현(29)의 득점포가 드디어 터졌다. 유창현은 22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수원과의 2014년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포항에 시즌 첫 승을 선물했다. 수비수 1명이 따라붙은 상황에 아랑곳 않고 볼을 쫓아 달려나온 수원 골키퍼 정성룡의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슛을 구사했다. 유창현의 득점으로 자칫 리그 장기부진에 빠질 수 있었던 포항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유창현은 데뷔 초부터 포항의 미래로 평가되어 왔다. 2008년 입단 후 2군 리그 23경기서 15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이듬해 주어진 1군 무대 기회에서 25경기 11골-5도움을 기록하면서 포항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차지하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고, 2011~2012년 군 복무를 했던 상무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제대 후 시즌을 준비하던 2013년 2월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 기간엔 왼발을 골절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지난해 후반기 막판 겨우 모습을 드러냈으나, 더블(리그-FA컵 동시 우승)을 향해 달려가던 스쿼드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러나 박성호가 팀을 떠나고 배천석이 부진한 올 시즌 초반에는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재기의 기회를 노렸다. 기존 주전 외에 백업 선수들을 활용하는 황선홍 포항 감독의 '플랜B'는 수원전에서 결실을 맺었다. 2012년 9월 27일 제주전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골맛을 본 유창현도 두 팔을 흔들면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유창현은 "그동안 부상을 하면서 다소 부진했다. (재활을 하면서) 솔직히 데뷔 첫 해를 빼고 내가 팀을 위해 무얼 했는지 되돌아봤다. 많이 반성하면서 후배들과 선의 경쟁을 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인생의 반려자가 된 아내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몸에 안 좋은 건 절대 먹지 말라고 한다. 외롭고 힘들 때 항상 옆에 있어줬다. 아내의 내조 덕에 플레이가 점차 살아나는 것 같다."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황 감독은 수원전 승리 뒤 "1경기 결과를 놓고 활약을 하긴 어렵다"며 "유창현은 에너지가 많은 선수다. 하지만 경기 양상에 따라 활용 가치는 상반될 수밖에 없다.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상황에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창현도 황 감독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어느덧 팀에서 고참이다. 더 추락할 곳도, 추락해서도 안된다. 황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게 내 도리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올해가 그 때라고 본다."
잃었던 자긍심을 찾기 위해 날개를 편 유창현의 목표는 무엇일까. "많은 건 안 바란다. 공격 포인트 10개 정도만 하면 좋겠다." 부상을 이겨내고 결혼에 골인한 유창현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져 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