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팀 체제의 페넌트레이스에서 5선발의 쓰임새는 규칙적이지 않다. 상황에 따라서는 중간계투로 던질 때도 있다. 하지만 5선발이 확고한 팀은 연승을 이어가고, 연패를 끊을 때 그 확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감독들은 시범경기에서 5선발 경쟁을 신중하게 끌어간다. 최근 각 팀의 5선발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아직 경쟁이 진행중인 팀들도 있다.
한화는 윤근영이 5선발 자리를 차지했다. 안영명 이동걸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5선발 주인공이 됐다. 김응용 감독은 "윤근영이 5선발이 되면 우리 선발중 왼손이 4명이 된다"고 했다. 윤근영은 22일 롯데와의 경기에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4차례 등판해 11이닝을 던져 10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하며 시범경기 일정을 마쳤다. 윤근영은 2005년 입단 이후 한 번도 풀타임 선발을 소화한 적이 없지만, 지난해 후반기 5번의 선발 등판을 하며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두산은 이재우를 5선발로 결정했다. 송일수 감독은 지난 21일 한화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재우가 5선발로 던진다"고 밝혔다. 사실 두산의 5선발은 경쟁이 아닌 이재우가 단독으로 나서 검증을 받는 방식이었다. 22일 SK전에서는 5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4안타를 맞고 4실점하는 부진을 보였지만,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두 차례 등판에서 7이닝 5안타 6볼넷 5실점을 기록했다.
삼성은 백정현이 5선발로 나선다. 류중일 감독은 최근 백정현을 5선발로 쓰겠다는 뜻을 굳혔다. 윤성환 배영수 장원삼 등 토종 투수들과 외국인 투수 밴덴헐크에 이어 백정현이 선발진에 합류하게 됐다. 시범경기에서는 3차례 등판해 13⅔이닝 동안 8안타 14탈삼진 3실점, 평균자책점 1.98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외국인 투수 마틴이 부상으로 시즌초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백정현의 선발 임무는 한 달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활약상에 따라서는 붙박이 선발로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SK는 채병용이 확정적이다. 시범경기서 두 차례 등판해 7⅓이닝 5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경기가 없던 날에는 자체 연습경기에서 김광현과 나란히 선발 등판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LG와의 경기에서는 1회에만 3실점했지만, 이후 5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위력을 떨쳤다. 투구수 87개로 당장 시즌을 시작해도 무리가 없는 컨디션이다. 이로써 SK는 김광현 윤희상, 외국인 투수 레이예스와 울프에 이어 채병용이 선발로 나서게 됐다. 넥센은 사실상 강윤구가 5선발로 내정됐다. 3차례 시범경기에 등판해 13이닝 12안타 7실점, 평균자책점 4.85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삼성전에서 5이닝 5실점하며 불안감을 드러냈지만, 15일 NC전에서는 5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롯데는 배장호와 김사율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두 차례 등판했다. 배장호는 7이닝 11안타 6실점, 김사율은 9이닝 9안타 5실점을 기록했다. KIA는 임준섭과 박경태가 후보다. 둘다 최근 성적이 좋다. 임준섭은 20일 롯데전서 6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고, 박경태는 다음날 롯데를 상대로 5이닝 4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NC는 이태양 노성호 이성민 이승호 등 4명이 후보다. 그러나 시범경기서 하나같이 부진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어 김경문 감독의 고민이 크다. LG는 김선우 김광삼 임정우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