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역시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을 선사하며 영화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3일 오전 10시 30분(한국 시각)미국 LA 돌비 극장에서는 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가 개최됐다. 올해 '오스카'는 크게 세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었다.
▶디카프리오, 네번의 도전 모두 실패
한국 영화팬들에게 가장 충격을 준 것은 역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수상 실패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1991년 데뷔한 디카프리오는 올해로 벌써 네번째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그는 '길버트 그레이프' '블러드 다이아몬드' '에비에이터' 등 흠잡을 곳 없는 작품으로 오스카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올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고 '오스카의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올해 제7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뮤지컬코미디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수상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복병은 골든글로브에서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매튜 맥커너히였다. 무려 20kg이나 감량을 하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 출연한 맥커너히에게 수상의 영광을 넘긴 것. 아이러니하게도 맥커너히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디카프리오에게 주식 브로커의 눈을 뜨게 하는 상사 역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노예 12년', 오스카는 편견 없다?
'그래비티'가 이미 7관왕을 차지한 상황, 이미 감독상도 '그래비티'에게 돌아갔고 '오스카는 보수적'이라는 편견이 가득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팬들은 작품상 역시 '그래비티'가 차지하지 않을까 예측 했다. 이미 루피타 뇽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기에 '아메리칸 허슬'보다는 대접받은 듯 보였다. 작품은 좋았지만 흑인 감독의 영화라는 점, 미국의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점에서 선뜻 수상을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스카'는 이런 예측을 보기좋게 빗나가게 만들었다. '노예 12년'의 제작자 브래드 피트에게 트로피를 안겼기 때문이다. 이날 MC를 맡은 인기 토크쇼 진행자 엘렌 드제너러스는 오프닝 멘트에서 "올해는 '노예 12년' 같은 좋은 작품이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인종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며 보수적인 성향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스카'에 인종차별주의는 없었다.
▶7관왕 VS 무관왕
가장 큰 이변은 역시 '그래비티'의 대 선전과 '아메리칸 허슬'의 몰락을 들 수 있다. '그래비티'는 감독상을 비롯해 음향상 음향편집상 시각효과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등 무려 7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갔다. 기술 부문의 상을 많이 가져갈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감독상까지 수상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게다가 가장 긴 인트로신으로 인해 편집상은 힘들 것이라는 에측을 깨고 이 상까지 거머쥐었다.
반면 선전할 것이라고 예상된 '아메리칸 허슬'은 무관에 그쳐 충격을 줬다. 감독상이나 작품상을 그렇다쳐도 여우조연상은 제니퍼 로렌스가 유력했지만 결국 루피타 니옹에게 넘겨줬다. 2년 연속 오스카를 수상하겠다는 로렌스의 원대한 꿈이 물거품이 된 것. 코미디 영화는 작품상을 받기 힘들다는 속설이 맞아 떨어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인종차별주의는 없었지만 코미디영화 경시는 있었다는 것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