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들에게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시즌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둥지를 틀지 못한 30대 노장 선수들이 즐비하다. 팀은 재정부담에 시달리고, 선수는 연봉을 낮출 생각이 없다. 여기에 점차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강조하는 쪽으로 리그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노장 선수들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격 성사된 김은중과 배효성의 챌린지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은중과 배효성은 친정팀 대전과 강원으로 컴백했다.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앞서 새로운 팀을 찾아나선 김은중과 배효성은 벽에 부딪혔다. 높은 연봉이 걸림돌이었다. 레전드 예우와 팀의 구심점을 찾던 대전과 강원이 이들의 행보에 주목했다. 선수로 뛰고 싶은 이들의 욕심을 채워줌과 동시에 향후 지도자 준비까지 보장해주는 실리적인 제안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은중과 배효성의 가세로 대전과 강원은 한층 무게감을 더했다.
K-리그 챌린지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클래식 출신 팀들이 4개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프로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조덕제 수원FC 감독은 지난 한해 동안 선수들의 프로의식을 올리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 정도다. 수원FC는 내셔널리그에서 챌린지로 올라왔다. 챌린지 팀은 베테랑 선수들을 적극 활용하고 싶어 한다. 베테랑 선수들의 경험은 챌린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챌린지 팀들이 재정을 이유로 고액연봉자를 내치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렸다. 베테랑 선수들은 이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베테랑 선수들의 눈은 챌린지를 외면하고 있다. 챌린지 팀들이 베테랑 선수들 영입에 관심을 보여도 높은 몸값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아직 계약을 하지 않은 대부분의 베테랑 선수들은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특히 새로운 무대로 자리잡은 태국 프리미어리그가 주 타깃이다. 태국은 최근 자국리그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부리람, 무앙통 등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태민 김근철 등이 올시즌 태국무대에 진출했고, 다른 선수들도 이적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태국 주요팀 대부분이 선수구성을 마쳤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 돈을 쫓아 움직이는 것에 대해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해외진출이 능사는 아니다. 한 에이전트는 "태국 리그의 경우 정치색에 따라 변화가 너무 심하다. 계약이 됐다고 해도 외풍에 따라 내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태국의 톱클럽이 아니라면 그리 안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김은중과 배효성의 이적은 베테랑들의 시선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들은 지난 시즌 받았던 연봉의 5분의 1 수준에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로는 실리보다 명분이 더 많은 것을 줄수도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