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앞둔 32개 본선진출국의 최대 적은 부상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부상에 대비하는 것도 월드컵 준비 과정의 일부다.
그리스와의 최종 모의고사를 앞둔 홍명보호가 부상 변수를 만났다. 차두리(FC서울)와 곽태휘(알힐랄)에 이어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가 부상으로 쓰러져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황석호는 1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레소 오사카와의 J-리그 개막전에 출격했지만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검진 결과 왼쪽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에 부상이 확인됐다. 이로써 황석호는 지난 1월 브라질·미국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됐다가 부상으로 낙마한데 이어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도 허벅지 부상으로 불참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열린 브라질, 말리와의 2연전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낙마다.
오랜 고민 끝에 선발한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에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그리스전을 통해 브라질월드컵 본선 최종엔트리를 구상하려 했던 홍 감독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차두리와 곽태휘는 '젊은' 대표팀에 경험을 심어줄 적임자였다. 그러나 이들의 합류 불발로 29세인 박주영(왓포드) 이근호(상주) 하대성(베이징 궈안) 정성룡(수원)이 그리스 원정 최고참이 됐다. 황석호의 부상에 홍 감독은 최대 경쟁 포지션인 오른쪽 풀백 검증에도 마침표를 찍지 못하게 됐다. 오른쪽 풀백에 이 용(울산) 이외에 뚜렷한 백업 자리가 없는 것이 홍 감독의 고민이다. 홍 감독은 "중앙 수비수인 황석호를 1월 전지훈련부터 오른쪽 풀백으로 실험해보고 싶었다. 전지훈련에 이어 이번에도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 지켜볼 기회가 더 없다는 것이 더욱 아쉽다"고 했다. 이어 홍 감독은 베테랑의 합류 불발로 생긴 경험 부족에 대해서는 "박주영 이근호 등이 젊은 고참이 됐다. 나이가 있는 선수로 팀을 만들기보다 경험 있는 선수들을 스쿼드 안에서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상은 홍 감독이 꼽은 최대 경계 대상이었다. 2014년 월드컵의 해에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홍 감독은 가장 큰 고민을 묻자 "머릿속에 있는 것은 선수들의 부상이다. 장기 부상이 나올 경우 5월에 컨디션을 얼마만큼 회복할 수 있을 지 가능성을 예측해야 한다. 플랜B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려가 현실이 됐지만 본선이 아닌 모의고사에서 부상 변수를 만난게 다행이다. 홍 감독은 "부상이 언제 나올지 몰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대비하지 않으면 (본선에서) 정말 큰 일이 생길 수 있다. 앞으로 (월드컵까지) 시간이 많은 만큼 부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코칭스태프가 슬기롭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며 부상을 재차 경계했다.
홍 감독은 부상에 대해 걱정은 했지만 의연했다. 전지훈련에서 이미 플랜B에 대한 점검을 마쳤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차두리 곽태휘, 황석호의 대체자를 빠르게 발탁했다. 차두리와 곽태휘 대신 김주영(FC서울)이, 황석호 대신 박진포(성남)가 빈자리를 채웠다. 김주영과 박진포는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서 홍 감독이 부상 변수에 대비해 미리 점검해둔 자원이다. 박진포의 그리스전 원정 합류도 전광석화 같았다. 황석호의 햄스트링 소식이 전해진 1일 밤 전남 광양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박진포는 갑작스런 대표팀 소집 통보를 받았다. 박진포는 불과 몇시간만인 2일 오전 3시에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합류했다. 6시간 뒤 그는 대표팀과 함께 그리스 원정길에 올랐다. 박진포는 "전지훈련 기간 동안 감독님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합류 소감을 밝혔다.
인천공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