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의 새 마무리 오승환은 아직 경쟁상대인 요미우리, 주니치 등 센트럴리그 팀과의 경기에 나가지 않았다. 구단에서 정규시즌 때까지 센트럴리그 팀과의 경기엔 등판시키지 않을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센트럴리그에 숨기기 전략을 쓰는 것은 오승환에 대한 정보유출을 최대한 막겠다는 뜻. 타자는 상대 투수에 익숙해져야 더 편하게 칠 수 있지만 투수는 숨길수록 더 좋다는 것. 구질 변화의 정도나 투구폼 등을 타자가 투수와 직접 상대하는 것과 비디오만 보는 것은 적응도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센트럴리그팀과의 경기에 나가지 않는 것이 오승환에게도 도움이 되지는 않을 듯. 오승환도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타자에 대한 적응이 아니라 구장에 대한 적응이다. 일본엔 한국과 다르게 돔구장이 있다. 요미우리나 주니치는 돔구장이 홈이다. 아무래도 생소한 환경이라 오승환도 이에 적응해야한다. 마운드 역시 마찬가지다. 구장마다 마운드의 높이와 흙이 다를 수 있다. 투수는 매우 민감하다. 공의 실밥이나 마운드의 흙의 단단함, 높이 등에 자신의 구위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9월 10일 군산에서 열린 KIA-SK전서는 5회가 끝난 뒤 클리닝 타임 때 SK 마무리 박희수가 마운드에 올라 직접 흙을 정리하더니 마운드 위에 서서 던지는 모션을 몇차례 한 적이 있다. 군산구장에서 한번도 던지지 않았던 박희수가 군산구장 마운드에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오승환은 마무리다. 이기고 있을 때 마지막 1이닝을 막는 투수다. 작은 차이로 구위가 달라지면 승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다.
산케이스포츠는 3일 오승환이 한국과 일본의 마운드 차이를 말하는 것이 변명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오승환은 "한국에서도 홈과 원정이 다르다. (타구단의 마운드를) 체크하고 싶지만 그것을 이러쿵 저러쿵 말하면 변명이 된다"며 말을 아꼈다.
다행스럽게도 오승환이 센트럴리그 팀과의 시범경기에 등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상대팀에 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승환이 개막까지 자신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 오승환의 상태에 따라 조정의 속도를 조절시키다보면 센트럴리그 팀과의 경기에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승환은 5일 후쿠오카에서 이대호가 속한 소프트뱅크와의 원정 시범경기에 나선 뒤 상태에 따라 7∼9일까지 고시엔구장에서 열리는 지바롯데-니혼햄-요미우리 3연전 중 하나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고시엔구장은 오승환이 많이 훈련하고 시범경기서도 퍼시픽리그 팀을 상대로 던질 수 있는 곳이다. 센트럴리그 팀과는 원정에서 만나는 것이 오승환에겐 도움이 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