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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표팀 새 유니폼 '대한민국 느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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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표팀 유니폼은 그 나라의 축구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유니폼에는 그 나라를 대표할만한 문화적인 요소들이 녹아있어야 한다. 하지만 27일 대한축구협회가 용품사인 나이키와 함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발표한 새 유니폼에서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요소들을 찾기 힘들다.

나이키는 이번 홈 유니폼 상의가 붉은색, 하의가 파란색인 것을 들며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태극문양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억지로 가져다붙인 느낌이 강하다. A대표팀의 경우 전통적으로 붉은색 상의를 착용해왔다. 하의는 파란색과 검은색, 흰색 등을 혼용해왔다. 이번에 파란색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그것이 태극 문양을 상징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상의 깃에 대한 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나이키는 '한복에서 영감을 받아 빨간색 바탕에 파란색의 테두리로 장식되어 한국의 전통적인 곡선미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유니폼의 상의 깃은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브라질이 착용했던 홈유니폼 상의 깃과 상당히 유사하다. 나이키의 설명대로라면 브라질 유니폼도 '한복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상의 두 어깨 이음선에 있는 파란색 줄무늬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나이키는 '파란색의 디자인 하이라이트가 가미되어, 갑옷을 입은 전사와 같은 강인함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갑옷을 연상시키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일각에서는 이 파란색 줄무늬를 놓고 '멜빵 디자인' 혹은 '책가방 어깨끈 디자인'이라며 놀리는 소리도 있다.

다른 유니폼은 이렇게까지 심각하지 않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꼭 집어넣는다. 그것도 디자이너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모두가 봤을 때 알만한 요소들을 집어넣는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멕시코 홈유니폼이 대표적이다. 당시 멕시코는 아즈텍 문명을 대표하는 얼굴상을 유니폼 전면에 그려넣었다. 이번 유니폼에서도 멕시코는 자신들을 상징하는 '번개마크'를 집어넣었다. 슬로베니아 역시 자신들을 상징하는 '산'을 그려넣었다. 아프리카팀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나라를 상징하는 동물 문양이 유니폼 전면에 워터마크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은 자신들의 유니폼에 칠지도(일본 덴리 시[天理市]의 이소노카미 신궁[石上神宮]에 전해져 오는 철제 칼)를 넣는 등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물론 그 정도가 지나쳐 이번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출전 유니폼에는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문양을 넣어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과 같이 나이키로부터 유니폼을 공급받는 나라들 중에도 정체성이 확실한 팀들이 있다. 크로아티아가 대표적이다. 크로아티아는 하얀색과 붉은색의 체크무늬로 유니폼 전체를 감쌌다. 국기 중앙에 있는 체크무늬 그대로다.

그럼에도 한국 A대표팀 유니폼만이 '무성의'하다고 느낄 정도인 것은 왜일까. 업계에서는 '디자이너와 용품사의 관심 부족'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나이키에 디자이너가 누군지, 어떤 점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등의 질문을 보냈다. 하지만 나이키는 답변이 없는 상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