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개별 활동이 대세로 굳어졌다. 예능은 기본이고 뮤지컬이나 정극 연기에 도전해 인정받는 아이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부업 수준이 아니라 본업으로 자리를 굳히는 경우도 생겨날 정도다.
앞서 미쓰에이 수지가 독보적인 존재였다면, 요즘엔 후배 연기돌 군단이 무섭게 커지고 있다. 1000만을 넘긴 영화 '변호인'의 임시완(제국의 아이들)이나 인기 드라마 KBS1 '사랑은 노래를 타고'의 다솜(씨스타)도 연기자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멤버 중 한 명이 다른 장르에서 뛰게 되면 그룹 전체는 수입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1, 3, 5의 법칙'을 통해, 연기돌로 인한 아이돌 그룹의 득과 실을 따져보자.
▶'1의 법칙', 연기돌 한 명 뜨니 오히려 수입은 하락?
한때 수지가 소속사인 JYP의 주가를 들었나놨다 한다는 말이 있었다. 연기돌로 확 뜨면서 수지는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고, 이 인기에 힘입어 각종 광고를 휩쓸었다. 당시 광고 수입만 1년에 100억원이 넘는다는 말까지 돌 정도였다.
그런데 JYP의 매출을 이리 올려놨던 수지로 인해 JYP는 마냥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만은 없었다. 수지가 드라마와 광고 촬영 등으로 인해 스케줄 조정에 애를 먹으면서, 미쓰에이의 새 앨범 발표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고 행사 섭외가 들어와도 아쉽지만 '불가'를 외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투자자들에게 JYP는 다른 상장 기획사들에 비해 엷은 가수 스펙트럼과 풍부하지 못한 활동에 대한 우려가 있어왔는데, 2PM과 함께 소속사 대표 얼굴로 꼽히는 미쓰에이의 활동 지연이 JYP의 주가 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의 다솜은 일일극 여주인공으로 완전히 합격점을 받으면서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사랑은 노래를 타고'는 SBS '별에서 온 그대'를 누르고 시청률 1위에 오르길 수차례 할 정도로 인기 행진 중이다. 연장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건 당연. 그러나 소속사 입장에선 다솜이 속한 씨스타의 수많은 행사 러브콜을 거절해야하는 것은 물론, 새 앨범 발표 시기 등을 놓고 고심을 해야하니 머릿 속이 복잡해질만 하다.
▶'3의 법칙', 속수무책 답이 없는 3~4인조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티가 나는 부분은 행사 수입이다. 톱스타의 경우, 1회 행사에 노래 세 곡 정도를 불러주고 3000만원에서 4000만원을 받는다. 핫한 걸그룹의 경우 행사 시즌 때는 한달에 10회에서 많으면 20회 넘게 무대에 선다. 최소 3억원에서 최대 10억원 가까이 벌어들일 수 있는 셈. 그런데 멤버들의 개별 활동을 도저히 조정 불가능할 경우엔 이 거액을 눈물을 삼키며 포기해야 한다.
가장 난감한 경우는 3~4인조일 경우다. 5인조가 넘어가는 경우엔 멤버 한 명이 빠져도 행사 진행 등에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3인조는 완전히 답이 없다. 4인조는 주최 측의 양해 하에 한 명이 빠진 상태서 행사를 뛰기도 한다.
아이돌 그룹들이 유닛 활동을 활발히 하는데는 이러한 이유도 있다. 만약 4인조나 5인조의 경우에도 유닛 활동을 해서 인기를 얻을 경우엔, 굳이 행사에 멤버 전원이 얼굴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해당 유닛만 떠도 충분히 행사료는 정상급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의외의(?) 소득을 얻기도 하는데, 씨스타의 효린이 대표적인 예. 그룹 활동 스케줄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도전한 OST로 메가톤급 대박을 터뜨렸다.'별에서 온 그대'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가가 동시에 터지면서, 인기 쌍끌이에 성공한 것. 'OST 여왕' 칭호를 얻었으며, 특히 '별에서 온 그대'의 경우 음원 수입에 대해 러닝 개런티 계약이 된만큼 이후 지속적인 수입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5의 법칙', 마의 5년차 넘어서기 위한 선택
수입 하락이 우려되는데도 아이돌 그룹 소속사들이 멤버들의 연기돌 변신을 결코 말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가요계 '5의 법칙'과 관련이 있다.
최근 몇년 사이 가요계엔 소리소문 없이 태어났다가,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걸그룹이나 보이그룹이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데뷔 앨범이 성공했다고 바로 안정궤도에 오르는 것도 아니다.
2~3년차에 접어들면서도 수차례 고비를 넘겨야한다. 그리고 이른바 '마의 5년차'. 이 시점을 순조롭게 넘기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다고 가요 관계자들은 말한다. 5년차에 접어들면 데뷔 초의 신선함은 사라지고, 어느덧 '뽀송뽀송'한 후배들의 거센 추격을 받는 '디펜스 챔피언'의 입장에 서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돌 그룹을 키우는 기획사들은 일찍이 이 '마의 5년차'를 준비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노래 이외의 장르에서 능력을 인정받게 하는 것. 이는 멤버 개개인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다시 그들의 스타파워가 그룹의 스타성을 유지하는데 역으로 도움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활동 계획은 아이돌 스타와 소속사간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데도 큰 힘이 된다. 10대 연습생 시절부터 시작한 아이돌 대부분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심한 불안감을 느낀다. 20대 중후반 이후도 활동을 가능하게 해줄 로드맵과 현실적인 토대를 마련해주는 소속사에 더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 반대의 경우엔 소속사와의 불화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걸그룹과 보이그룹을 모두 기획, 성공시켜본 가요계 18년차인 중견 기획자 A씨는 "연기를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서 가요 기획사 문을 두드리는 연습생들도 많다. 기획사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 가수 데뷔를 한 뒤 자연스럽게 연기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겠다는 계산"이라며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연기돌로도 성공을 시킨 사례가 많은 기획사일 수록 더 주목을 받게 된다. 따라서 연기돌은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속사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해당 그룹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특효약"이라고 설명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