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선제골을 허용한 것이 자극제가 됐다. 승부처가 됐다."
울산 현대는 26일 호주 시드니의 파라마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와의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H조 조별리그 원정 1차전에서 경기 시작 47초 만에 일격을 당했다. 공격수 브랜든 산타랍에게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은 울산은 전반 35분과 43분 김신욱과 고창현의 연속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후반 21분에는 강민수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가 끝난 뒤 조 감독은 "상댁 선제골을 넣고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했다면 당황했을 것이다. 오히려 선제골을 허용한 게 자극제가 됐다. 승부처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감독이라면 선실점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판단이 명료해졌다. 선수들이 90분을 뛰면서 생각한대로 움직여줬다. 선제골 이후 추가 실점을 하지 않은 것이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조 감독은 프로 사령탑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그는 "프로 감독을 맡고 첫 공식경기라서 큰 기대는 안 했다. 선수들도 컨디션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경기를 즐기면서 했다. 감독으로서 보람이 크다"고 전했다.
고창현과 신인 김선민을 선발 투입한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역전 골을 넣은 고창현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몇 년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기로자신감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욱 많은 경기를 뛰면서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 "최단신 김선민은 기대를 많이 했다. 충분히 역할을 해줬다. 지난해와 올해 울산의 색깔은 큰 차이가 없다. 김호곤 감독님께서 좋은 선수를 남겨주셨고 나는 포장을 하는 역할이었다. 8일 포항과의 개막전에선 이 경기에서 드러난 단점을 보완해 더욱 강팀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희비가 엇갈린 웨스턴 시드니의 토니 포포비치 감독은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경기를 했다. 많은 교훈을 얻었다. 세 차례의 실수가 있었고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환상적인 골로 시작했지만, 울산의 세트피스와 롱볼에 실점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