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랑' 조언래(28에쓰오일 세계랭킹 44위)가 펄펄 날았다. 세계랭킹 4위, 중국의 '17세 대세' 판젠동을 물리쳤다.
조언래는 22일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카타르오픈 16강에서 판젠동을 풀세트 접전끝에 4대3(12-14, 12-10, 11-7, 11-7, 9-11, 8-11, 12-10)으로 꺾었다. 23일, 8강에선 일본 톱랭커 미즈타니 준을 누르고 올라온 선배 주세혁(삼성생명)마저 4대1(11-9, 11-7, 5-11, 11-6, 11-9)로 꺾었다. 4강 무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64강에서 대만 에이스 치앙훙치에(88위) 32강에서 홍콩 에이스 탕펭(세계 21위)을 누르고 16강에 오른 조언래는 파죽지세였다. 판젠동과의 맞대결에서 기죽지 않았다. 1세트를 듀스 접전끝에 12-14로 내줬지만, 이후 2, 3, 4세트를 내리 따냈다. 예기치 않은 강공에 판젠동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남은 2세트를 잡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지만, 조언래 특유의 탱크같은 뒷심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조언래는 7세트를 12-10으로 완성하며, 짜릿한 승리를 완성했다.
조언래의 승리는 대사건이었다. 판젠동은 중국이 첫손 꼽는 차세대 에이스다. 심지어 최근 급상승세였다. 지난해 11월 폴란드-독일오픈에서 잇달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카타르오픈 직전인 2월 초 쿠웨이트오픈에서도 우승했다. 생애 3번째 월드투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남자대표팀의 맏형' 조언래는 지난해 9월 '미녀 에이스' 이은희와 5년 열애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사상 첫 국가대표 핑퐁 부부다. 결혼 이후 두 선수 모두 안정을 되찾았다.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달 말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이 에쓰오일 지휘봉을 잡은 직후 일군 쾌거라 더 의미깊다. 유 감독은 농심 감독 시절 조언래의 재능을 믿어주고 끌어준, 각별한 스승이기도 하다. 조언래와 유 감독은 재회하자마자 '대박'을 터뜨렸다. 유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에쓰오일 감독으로 취임하자마자 애제자가 큰선물을 줬다"며 웃었다. "아시안게임의 해, 차세대 선수로 불리는 후배들에게 여론에서 밀리면서 오기가 발동했던 것같다. 감독을 맡은 이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의지와 목표의식을 북돋워줬던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같다"고 평가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김민석 정영식 이상수 서현덕 정영식 등 20대 초반 후배들이 주목받으면서 자칫 오상은, 주세혁, 유승민 등 베테랑 선배들과 차세대 후배들 사이에 '낀 세대'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를 악물었다. 지난해 파리세계선수권 남자단식에서 나홀로 16강에 올랐던 조언래는, 새해 두번째 오픈대회에서 만리장성을 뛰어넘으며,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유 감독은 "언래가 판젠동과의 경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파워면에서는 오히려 언래가 앞섰다. 공격도 좋았지만, 수비도 부담없이 잘 견뎌주면서, 반격하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반드시 이기고 말겠다는 정신력과 절실함이 보였다. 최고의 경기였다"라고 극찬했다.
한편, 마롱(세계랭킹 1위) 쉬신(세계랭킹 2위) 판젠동(세계랭킹 4위) 얀안(세계랭킹 7위) 등 중국 에이스들이 총출동한 카타르오픈은 이변의 대회로 기록됐다. 마롱이 16강에서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고, 판젠동은 16강에서 조언래에게 패했으며, 얀안은 세계 20위 가오닝(싱가포르)에게 2대4로 패했다. 4강에 늘 3명 이상을 올리며 '안방 대결'을 펼쳤던 만리장성이 무너졌다. 4강에는 쉬신만이 나홀로 남았다. 조언래와 결승행을 다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