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임과 경질은 구단 고위수뇌부의 고유권한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령탑의 선임은 한 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순간의 판단미스는 팀을 나락으로 빠뜨린다. 올 시즌 동부가 그랬다.
때문에 감독 선임과 경질은 확실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리빌딩과 팀 전력의 업그레이드, 그리고 팀 성적의 향상 등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해 고심 끝에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팀은 당장의 시즌 뿐만 아니라 2~3년의 청사진을 가지고 운영될 수 있다. 그래야 팀 구성원들의 목표 의식이 확실해지고, 효율성을 더할 수 있다. 이것은 프로구단 운영의 기본 원칙이다.
KGC는 이상범 감독을 중도 경질했다. 팀 성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중도경질했는 지에 대해는 불투명하다.
KGC는 화려한 멤버를 가졌다. 오세근과 김태술 그리고 양희종이 있다. 여기에 올 시즌 군에서 제대한 박찬희도 있다. 때문에 올 시즌 직전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예상대로 흐를 순 없다. KGC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상 변수였다.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오세근은 발목의 복합적인 부상(족저근막염과 복합골절)으로 시즌 중반에야 합류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양희종 역시 부상으로 페이스가 늦었다. 김태술도 시즌 전 부상을 입었다.
KGC 이상범 감독은 이들을 기용을 최대한 신중하게 고려했다. 이 부분은 이 감독의 좋은 판단이었다.
이유가 있다. 당장의 팀 성적과 이 감독의 계약연장을 위해서는 이들의 조기 투입이 필요했다. 하지만 팀의 미래와 함께 장기적인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빅3'의 기용은 최대한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이들을 조기 기용했을 경우 성적과 팀의 미래를 함께 놓칠 위험이 있었다.
이 감독은 대표팀의 코치로 오프 시즌 팀을 잠시 비웠다. 외국인 선수 선택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빅3'의 기용과 함께 연관지을 수밖에 없다. 숀 에반스는 괜찮은 외국인 선수다. 수비와 함께 리바운드 능력은 리그 최상급이다. 그러나 공격루트가 단순하다. 에반스는 오세근 김태술이 함께 뛸 때 위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시즌 전 구상이었다. 하지만 오세근과 김태술의 복귀가 지연되면서 에반스의 위력은 감소됐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감독은 '빅3'의 기용을 최대한 자제했다.
당연히 저조한 팀 성적은 이유가 있다. 그런 이 감독을 경질하면 확실한 대안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KGC는 그 이상은 없다.
KGC는 출범부터 강팀이 아니었다. 오히려 약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구단의 투자가 인색했다. KGC와 그 전신인 KT&G는 프로농구팀의 운영에 투자가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구단의 운영에서 성적보다는 사회공헌의 측면이 강했다.
결국 KGC는 리빌딩을 선택했다.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매우 과감한 리빌딩이었다. 그 결과 박찬희와 이정현을 동시에 확보했다. 김태술을 트레이드로 데려왔고, 결국 오세근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뽑으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같은 선택 속에서 이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적절한 당근과 채찍을 사용했다. 개성강한 선수들을 때로는 포용하면서도 강한 주문으로 팀을 이끌었다. 결국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부적으로 팀의 인색한 투자에 대한 불만은 계속됐다. 그 완충 역할을 이 감독은 훌륭히 수행했다.
지난 시즌 KGC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후안 파틸로의 기복 심한 플레이가 발목을 잡았다. 코칭스태프에서는 파틸로의 교체에 대해 계속적으로 요구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큰 무대에서 우려스러웠던 파틸로의 개인적인 플레이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로 인한 비용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기본적으로 KGC는 대안없는 이 감독의 경질을 택했다. 전체적인 KGC의 상황과 앞으로의 미래를 보면 너무나 단편적인 결정이다. 때문에 이 와중에 돌고 있는 구위수뇌부들과 이 감독의 갈등설이 루머로 큰 힘을 얻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칙없는 이 감독의 결정. 한마디로 KGC의 아마추어리즘만이 남은 선택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