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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특집]김연아의 2분 50초, 3사 중계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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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가 팔을 걷어부쳤다.

KBS MBC SBS가 미디어 환경 급변으로 추락한 광고 수익을 만회코자, 3대 스포츠 이벤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로 발돋움한 김연아 선수의 중계 시청률은 3사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2014년 동계올림픽 장소인 소치와의 시차로 인해 김연아 선수의 경기시간은 새벽 2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15초당 1500만원 꼴로 높은 광고 단가가 매겨있어 지상파 3사로서는 놓칠 수 없는 '대어'다. 이 정도 광고 금액이면 인기 드라마 KBS '왕가네 식구들'의 광고료를 웃돈다. 그런 이유로 방송 3사는 일찌감치 김연아 중계 홍보에 나섰다. KBS는 김연아의 과거 스승 변성진 해설위원을 앞세웠으며, MBC는 스타 캐스터 김성주를, SBS는 관록의 '배방라인 (배기완 아나운서, 방상아 해설위원)'이 나섰다. 불과 2분 50초, 3사의 김연아 중계 스타일을 비교해봤다.

▶KBS 조건진 아나운서 &변성진 해설위원

전반적으로 거리를 두는 듯했다. 지난 9일 일본 선수 아사다 마오에 대한 편파 발언을 의식한 탓일까. 김연아 선수에 대해서도 객관성을 유지하려 애쓴 모습이 역력했다.어린 시절 스승이었던 변 해설위원은 "본인의 역사를 어떻게 쓸 것인지는 본인의 몫"이라 말했다. 이어 조 아나운서는 경기 시작과 함께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팅과 서정적인 첼로 선율에 하나가 되시길 바랍니다"라며 감상 포인트를 알려줬다. 두 사람은 경기 도중에는 최대한 말을 아끼며 경기를 지켜봤다. 이후 김연아가 3번의 점프에 성공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자 점수에 대한 기대감을 비추기도 했다. "김연아 선수가 클린(깨끗한) 연기를 펼쳐보였다", "흠 잡을 데 없는 연기였다" 등 찬사도 보냈다. 다만 지나치게 진중한 말투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MBC 김성주 캐스터 &정재은 해설위원

MBC가 밀고 있는 간판 캐스터 김성주는 '말'이 많았다. 쉬지 않고 김연아의 중계에 추임새를 넣으려 했다. 전문적인 용어보다는 쉬운 단어로 시청자의 이해를 도우려 애썼다. "첫번째 과제 성공", "출발이 좋습니다", "점수 과제를 모두 소화했습니다" 등 쉬운 단어 위주로 사용했다. 김성주는 세 번의 점프동안 쉬지않고 계속 추임새를 넣으며 말을 이어갔다. 김성주가 말의 포문을 열면 정재은 해설위원이 "더블 악셀까지 깨끗하고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김성주는 김연아 선수의 경기 말미에는 "한 마리의 나비가 그리움을 담아 춤을 추는 모습이었습니다. 완벽하네요"라며 감상적인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말'은 많았지만, 피겨 스케이팅을 할 때 음악 소리나 관중들 소리, 시합 후 스케이트를 벗는 김연아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은 점이 '옥의 티'다.

▶SBS 배기완 아나운서 &방상아 해설위원

김연아 경기에 '중계' 보다는 '감상'을 중점에 뒀다. '관록의 콤비'로 불릴 만큼 두 사람은 2007년부터 김연아 경기를 함께 해왔다. 그래서 두 사람의 진행은 연륜이 묻어있었다. 피겨 스케이팅 종목 특성상 음악에 맞춘 선수의 연기에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불필요한 '말'을 아꼈다. 대신 SBS 측은 방송 화면에 세 가지 점프 그림을 그려놓고, 김연아가 점프를 하나씩 성공해갈 때마다 지워나가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경기를 마치고 김연아의 경기를 느린 화면으로 리플라이를 할 때 "세 번의 스핀, 세 번의 점프 잘 마쳤다","첫 점프가 제일 중요했는데요. 3회전 연속 점프 우아하게 해냈네요", "애잔한 선율에 몸을 맡기면서 너무 잘해줬다" 등 설명했다. 이때도 김연아의 화면 속에 심사위원의 점수를 기다리는 김연아의 모습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