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클린 낮은 점수->살얼음판 1위->프리 순서 24번->여왕의 피날레'
또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될까?
올림픽 2연패 위업에 도전 중인 '피겨퀸' 김연아가 석연치 않은 쇼트 프로그램 성적표를 받아 들고 프리 스케이팅을 준비 중인 가운데 팬들 사이에서 'Again 세계선수권'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 경기에서 30명 선수 중 17번째로 나와 기술점수(TES) 39.03점과 예술점수(PCS) 35.89점을 받아 74.92점으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완벽한 연기에 비해 점수는 예상 밖으로 낮았다.
특히 러시아 선수들이 속한 마지막 그룹에 형평성에 맞지 않는 높은 점수가 주어지면서 2위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74.64점(기술점수 39.09점, 예술점수 35.55점), 3위 이탈리아 카롤리나 코스트너 74.12점(기술점수 37.49점, 예술점수 36.63점)과는 불과 0.28점 0.8점 차이 밖에 나지 않는 사실상 공동 1위다. 21일 프리 스케이팅 마지막 주자로 나서며 아름다운 현역 은퇴를 희망하는 김연아에게는 클린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어쩐지 이같은 상황이 낯설지 않다. 바로 지난 2013년 ISU 세계선수권을 통해 본격적인 경쟁 복귀를 선언한 김연아가 쇼트 프로그램을 끝마친 뒤 맞이한 상황과 너무나 닮았다.
당시 2년 가까운 공백기를 가지며 세계 랭킹이 낮아진 김연아는 35명 선수 중 14번째로 쇼트 경기에 나서 '뱀파이어와의 키스' 곡에 맞춰 완벽한 클린 연기를 펼쳤고, 석연치 않은 롱에지 판정과 예상을 훨씬 밑도는 69.97점을 받았다.
하지만 뒤 선수들의 기준이 되면서 2위 이탈리아 카롤리나 코스트너(66.86점), 3위 일본 무라카미 카나코(66.64) 등과 비교해 불과 3점 앞서는 1위를 기록했다. 이후 프리 순서 마지막 24번을 뽑은 김연아는 '레미제라블' 클린 연기로 세계를 감동시키며 148.34점의 고득점을 거뒀다. 종합 2위 카롤리나 코스트너와 20점 차이의 큰 승리였으며 여왕의 화려한 복귀식이 됐다.
팬들은 또 한번 '어게인 세계선수권'을 응원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세계선수권 때 본 모습이 올림픽 때도 그대로 재연", "마치 심판진들이 세계선수권처럼 드라마를 꾸미려고 김연아에 훼방을 놓는 것 같다", "김연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겪은 경험과 멘탈을 살려 올림픽 최선을 다해주길", "김연아 아름다운 은퇴 무대도 주니어시절 처럼 녹록치 않다" 등의 게시물로 세계선수권과 닮은 올림픽의 활약을 기대하고 응원하고 있다.
40년 가까운 경력의 미국 피겨 전문기자 필립 허쉬 또한 21일 기고한 시카고 트리뷴 기사에서 "소트니코바의 점수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 김연아 코스트너와 함께 공동 1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마지막 번호를 뽑은 김연아야말로 완벽한 피날레가 될지 모른다. 김연아가 올림픽 2연패를 함으로써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와 노르웨이의 소냐 헤니의 반열에 나란히 선다면 그녀의 선수생활을 마감하기에 더없이 걸맞는 자리일지도 모른다"고 '퀸연아'의 우승 모습을 기대했다.
한편 김연아는 21일 오전 3시 46분께 프리 스케이팅 결전에 나선다.<스포츠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