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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1 인터뷰]김응용 "태균 홈런? 하이파이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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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김응용 감독(73)은 평소 선수들과의 스킨십은 물론 대화도 거의 없는 사령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들 또는 손자뻘 되는 선수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경우 본인보다는 선수들이 불편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웬만하면 담당 코치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가끔 실수를 반복하는 선수에게는 직접 다가가 호되게 질책을 하거나 아주 어린 선수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하지만, 프로 30년간 선수와 사적인 깊은 대화의 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 김 감독이 마침내 선수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물론 얼굴을 마주하고 나눈 대화는 아니다. 스포츠조선 '10대1 인터뷰'를 통해 한화 선수들과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았다. 선수들의 당돌하고도 '불만섞인' 질문에 김 감독은 때로는 호통치듯, 때로는 다독이듯 특유의 너털웃음을 보이며 답변을 이어나갔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이뤄졌고, 김 감독은 "좋은 질문 많이 했네"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고기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고기를 많이 드시는 이유가 있으신지요.(투수 이태양)

▶(대뜸 목소리를 높이며)기본적인 것도 모르는가. 너희들은 고기 왜 먹는다고 생각하나. 다른 선수한테 이기려면 체력적으로 강해야 하고, 고기에 있는 단백질을 먹어야 이기는 거다. 밥이나 라면같은 탄수화물 먹고 이길 수 있나. 나도 선수 시절이 있었다. 몸이 산성화돼 있으면 안된다. 고기를 통해 체질개선을 이뤄야 해. 고기를 먹는다고 절대 살 안찐다. 밥을 많이 먹으니까 살이 찌는 것이지.

-아침을 챙겨 먹는게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특별히 이유가 있나요.(투수 안영명)

▶(답답하다는 표정으로)그것도 모르면 야구하지 말아야지. 하루 활동을 하는데 아침을 안먹으면 활동이 안돼. 자동차도 기름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잖아. 내가 너희들한테 강조하는 것도 잘 움직이고, 잘 던지고, 잘 치려면 아침을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야. 안먹으면 움직일 수가 없어. 집에 혼자 있으면 간섭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안먹잖아. 정 힘들면 우유라도 한잔 냉장고에서 꺼내 먹고 다시 자라. 그럼 다른 선수한테 이긴다. 박사들한테도 물어봐라. 12시간 이상 공복이면 안돼. 야구 잘하려면 아침을 먹어라.

-쉬는 시간에 종종 책을 읽으시던데요. 주로 어떤 책을 보시는지요. 책을 읽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투수 송창현)

▶(웃으며)너같은 녀석 잊으려고 읽는거다. 투수들이 컨트롤 때문에 고생하고 그러는데 그런 거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잊으려고 책을 읽지. 월간지도 보고, 여기 올 때는 공자에 관한 책을 5권 가지고 와서 읽고 있지. 틈틈이 읽어보니까, 누구라도 사람이 되겠더라고.(호탕하게 웃음)

-작년 현장에 돌아오셔서 개인적으로 반가웠습니다. 다시 감독을 하시는게 지금 행복하십니까.(포수 엄태용)

▶너나 나나 마찬가지다. 운동복 입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이다. 밖에 있을 때보다 훨씬 행복하다. 날 더 행복하게 해주려면 야구를 잘해라. 유니폼 입으면 즐겁고 이기면 더욱 더 즐거운 법이야. 반대로 지면 실망스럽고, 왜 내가 유니폼을 다시 입었나 후회하기도 하지만.(웃음)

-만약 올해 제가 30홈런을 치면, 30홈런째 덕아웃에서 저와 하이파이브를 해주실 수 있는지요.(내야수 김태균)

▶(잠시 생각을 한 뒤)네가 3개째 칠 때 할게. 예전에 그거 안하다가 오랜만에 하니까 쑥스럽더라구. 태균이가 해달라면 해줘야지.(웃음)

-언제쯤 선수들과 대화를 하실 예정이신가요. 개인적으로 대화하고 싶습니다.(외야수 이용규)

▶물론 선수와 대화를 될 수 있으면 하고 싶은데, 담당 코치를 통해서 하는게 옳다고 본다. 조직에도 사장이 있고, 단장이 있고, 부장이 있다. 사장이 바로 직원하고 이야기하면 안된다. 나는 코치들하고 대화를 많이 해. 코치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곧 내 이야기니까 그렇게 알면 된다.

-투수의 어떤 측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십니까.(투수 황영국)

▶(호통치듯)그것도 모르나. 마음 먹은대로 던질 수 있어야 돼. 빠른 볼이건 변화구건 마음 먹은대로 던져야 좋은 투수지. 볼이 빨라서가 아니라 130㎞라도 메이저리그 15년 뛴 선수들 보면 주특기가 다들 있잖아. 포크볼이든 뭐든. 그런데 컨트롤이라고. 스피드는 체력, 순발력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컨트롤은 하루 아침에 안되거든. 매일 공을 만지고, 잠 잘 때도 일부러 가지고 자고 노력해야지. 그런 걸 모르니 원. 우리나라 타자들이 가운데 공 밖에 더치냐. 코너워크된 공은 못치자나.

-신발 사이즈가 300㎜이라고 들었습니다. 선수 시절 구하기 힘들었을텐데, 어떻게 구하셨나요. 지금은 빨간색 신발을 신으시는데 정말 좋아하시나요.(투수 유창식)

▶(기억을 더듬으며)그때는 외국에 나갔다 오면 세관에서 웃었어. 내 보따리를 열면 농구화만 빼곡히 10켤레씩 있었는데 신발 장사하는 사람이냐는 얘기도 들었지. 그전에는 부산 국제시장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운동화를 사서 신었어. 국산은 그때 아예 사이즈가 없었던 시절이야. 고무신 100켤레로 12문(약 300㎜)짜리 하나 만든다고 했어. 그래서 별명이 '백고무신'이었지.(웃음) 옛날에 운동화는 참 귀했다고. 지금 신는 것은 구단에서 준건데 처음엔 못신겠더라고. 그런데 요즘은 신고다는게 나이에 어울린다고 하네.(웃음)

-연세에 비하면 상당히 건강하신 것 같습니다.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 따로 있으신가요.(외야수 고동진)

▶일기예보 보고 오늘 날씨가 변덕이 있으면, 옷을 두벌 세벌 준비한다든지. 산 오를 때 몇미터까지 올라갈지 생각하고 어떤 옷 입을지 고민한다든지. 항상 (몸 아픈 것을)예방을 하고 대비를 해야된다는 거야. 연봉 값어치를 하려면 감기도 걸리지 말고, 프로는 프로답게 해야 해. 프로는 몸으로 때우는 건데. 돈을 왜 주나. 월급쟁이 10배씩 왜 받나. 감기 걸리면 벌금을 물려야 하는데. 일본이나 미국 가서 감기 몸살 물어봐라 있나 없나. 그만큼 몸관리가 중요한 것이다. 걸어다닐 때도 조심하고. (목소리를 높이며)김혁민이가 등산하다 발을 삐었대. 야구 선수는 다음 플레이를 생각해야 하는 거야. 땅볼 오면 그 다음 더블플레이를 해야 하듯 넥스트 플레이를 예측할 수 있는 종목은 야구 밖에 없잖아. 산을 타는데, 미끄러운걸 왜 예측 못하나. 야구만 생각하면 절대 사고 안난다. 오키나와(일본)=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