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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택 서클, 윤명준 스플리터, 그들의 강렬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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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을 위한 변신은 프로에서 항상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만만치 않다. 많은 좌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프로야구 투수들에게 구종 추가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지만 때로는 신중해야 한다.

특정 투수가 구종이 추가된다는 것은 무기 하나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다. 구종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당연히 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무기가 많아진다. 즉, 내공 자체가 깊어진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투구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익히는 과정에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러나 끝내 완벽하게 습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다. 어설픈 구사는 실투로 이어져 공략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산 오현택과 윤명준은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두산 중간계투진의 핵심. 그리고 올해 더 성장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다. 그들은 스프링캠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오현택은 서클 체인지업, 윤명준은 스플리터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변수가 있지만, 두산은 올해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이다. 필승계투조의 핵심인 윤명준과 오현택이 구종추가를 했다는 의미는 그만큼 두산의 약점이었던 필승계투조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리그 판도가 변할 가능성도 있다.

▶4년동안 노력한 산물, 서클 체인지업

오현택은 사이드암스로 투수다. 그는 매력적인 구위를 가졌다. 140㎞ 중반대의 패스트볼은 묵직하다. 그의 슬라이더는 리그 최고수준의 예리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잠수함 투수는 왼손 타자를 공략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왼손 타자 시선에서 봤을 때 투수의 공이 그만큼 길게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왼손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잠수함 투수들은 떨어지는 공이 필수다. 때문에 정대현은 싱커, 이재학은 서클 체인지업을 장착하면서 리그 정상급 잠수함 투수가 됐다.

오현택은 떨어지는 구종이 없었다. 때문에 투구패턴이 단순했다. 위력적인 구위로 그 약점을 메웠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서클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무려 4년이 걸렸다. 오현택은 "4년 동안 서클 체인지업을 장착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하지만 실전에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했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서 오현택은 연습투구의 80%를 서클 체인지업에 할애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는 "지금 잡는 서클 체인지업은 통상적인 그립이 아니다. 나한테 맞지 않아 7차례 정도 바꿨다"고 했다.

지금 잡는 그립은 야구공 심(seam)의 두 축을 모두 걸쳐 잡는다. 그는 "이렇게 변형시키고 나니까 확실히 안정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효과도 있다"고 했다.

권명철 투수코치는 "오현택에게 서클 체인지업은 필요하지만, 아직 완전한 수준은 아니다. 떨어지는 각도가 좋지 않아서, 좀 더 밀어던지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구종장착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오현택은 "처음 연습 투구 때 서클 체인지업을 구사했는데, 오른쪽 옆에 다른 투수의 공을 받아주던 포수에게 간 적도 있었다"며 "이제 컨트롤에 안정감을 되찾았지만, 아직도 완벽하진 않다"고 했다.

하지만 오현택은 15일 일본 미야자키 기요다케 구장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4개의 탈삼진을 잡았다. 4개의 서클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매우 위력적이었다. 오현택의 공을 상대한 오재일은 "확실히 좋은 구위를 가진 오현택이 서클 체인지업까지 구사하면서 공략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손가락 짧은 윤명준의 스플리터

미야자키에서 만난 윤명준은 확실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겨우내 8kg을 감량했다. 그는 "원래 86kg이다. 그런데 8kg을 감량했다. 지금은 스프링캠프에서 2kg를 일부러 찌웠다. 몸무게는 80kg"이라고 했다. 확실히 투구폼 자체가 더욱 리드미컬해졌다.

더욱 인상적인 변화는 스플리터의 장착이다. 윤명준도 오현택과 마찬가지로 가장 큰 약점은 구종이 단순하다는 점이다. 좋은 패스트볼과 함께 낙차 큰 커브가 있다. 하지만 구종이 단순해 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

윤명준은 그동안 스플리터를 장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야구선수 뿐만 아니라 일반인보다 짧은 손가락 때문이다.

윤명준은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포크볼을 사용할 생각 조차 못했다"고 했다.

홍상삼과 캐치연습을 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농담조로 홍상삼은 "내가 10억 짜리 구종을 가르쳐줄게"라고 말하면 포크볼 사용을 권유했다. 윤명준은 장난삼아 스플리터를 구사했는데, 의외로 적응하기 편했다. 스플리터가 자신의 투구 매커니즘과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의 패스트볼은 묵직하다. 릴리스할 때 제대로 잡아채기 때문이다. 이런 투구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윤명준에게 스플리터는 잘 맞아 떨어졌다.

15일 자체 청백전에서 윤명준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보였다. 2이닝 무실점. 묵직한 패스트볼 뿐만 아니라 낙차 큰 커브와 타자 앞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스플리터로 여유있게 타자를 요리했다. 하지만 윤명준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는 "아직까지 스플리터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실전에서는 제대로 구사가 됐는데, 아직 구종에 대한 자신감은 없다"고 했다. 여기에 대해 권 코치는 "윤명준의 투수 메커니즘은 스플리터를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폼이다. 때문에 자신이 실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오현택과 윤명준의 변신은 두산 투수진에게 큰 힘이다. 필승계투조가 강해질 뿐만 아니라, 제 2의 마무리로 쓸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페이스를 지속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남은 과제다. 미야자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