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스포츠에서 40대는 할아버지에 가깝다.
노련미는 돋보이지만, 20대 선수들에 비해 신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은 다르다. 대회 초반부터 노장파워가 거세다.
노르웨이의 바이애슬론 '영웅'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40)이 9일(이하 한국시각) 남자 스프린트 10㎞에서 1위(24분33초5)에 올랐다.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 40대 우승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제까지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 최고령 금메달 기록은 2006년 토리노올림픽 스켈레톤의 더프 깁슨(39·캐나다)이 갖고 있었다.
비에르달렌의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 때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비에른달렌은 이번 대회까지 총 12개(금7, 은 4, 동1)의 메달을 수집해 크로스컨트리의 비에른 델리(노르웨이)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바이애슬론 월드컵에서 무려 91번이나 우승한 그는 12.5㎞ 추월과 남자 및 혼성 계주에도 출전할 예정이라 메달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비에른달렌은 경기 후 "내 나이가 40세라는 사실을 잊었다. 마치 20대 때의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4년 뒤 평창올림픽에도 출전할 예정인 그는 "매일 훈련에 전념한 결과 오늘의 영광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하루 뒤 또 한번 노장들이 날개를 펼쳤다. 알베르트 뎀첸코(43·러시아)와 아르민 최겔러(40·이탈리아)가 10일 산키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루지 남자 싱글에서 각각 은, 동메달을 따냈다. 결과를 확인한 뎀첸코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뎀첸코는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부터 이번 대회까지 7회 연속 올림픽에 나섰다. 일본 스키점프 가사이 노리아키(42)와 함께 동계 올림픽 최다 연속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6년 토리노대회에서 은메달이 유일한 영광이었던 뎀첸코는 늦은 나이에 또 하나의 은메달을 추가했다. 그는 "내 생애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결과는 하늘에 맡겼고, 나이는 잊은 채 썰매를 탔다"며 "생애 가장 기쁜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겔러는 동·하계 올림픽 통틀어 최대인 6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그는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이어온 메달 행진을 소치까지 이어갔다. 최겔러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내가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경기 뒤 금메달리스트 펠릭스 로흐(25·독일)는 최겔러에게 다가가 "당신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고 '전설'을 향한 예우를 갖췄다.
역시 7번째 올림픽에 나선 일본의 스키 점프 선수 가사이 노리아키(42)의 노장 투혼도 관심거리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개근하고 있지만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라지힐 단체전 은메달이 유일한 가사이는 "올림픽 때마다 목표는 오로지 한 가지였다. 금메달을 따내는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