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메달이 길어지고 있다. 불운했던 남자 쇼트트랙 1500m에 이어 강력한 우승후보 였던 모태범(25·대한항공)까지 500m를 빈손으로 마쳤다. 이제 기댈 곳은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뿐이다.
이상화는 11일 오후 9시 45분(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시작되는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 출전한다. 그녀는 모두가 인정하는 금메달 0순위다. 지난해 네 차례나 여자 500m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등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기록과 흐름만으로 현재 이상화를 넘어설 스프린터는 없다. 4년 전 밴쿠버에서 신화를 시작한 이상화는 이번 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 세계에선 보니 블레어(미국·1988년-1992년-1994년)와 카트리나 르메이돈(캐나다·1998년-2002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여자 500m 2연패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노메달 행진으로 이상화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커진 것도 부담이다. 이상화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세계신기록을 연달아 세우다보니 금메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것 같다. 그래서 더 주변의 의식에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 내 자신만 바라보고 있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소치 입성 후 컨디션 조절도 성공했다. 이상화를 지도하는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케빈 크로켓 코치는 8일 "기록을 말해줄 수 없지만 상화가 소치에 온 이후 베스트 성적을 냈다"며 기뻐했다.
준비는 끝났다. 지긋지긋한 노메달 행진을 금빛으로 바꿔줄 그녀의 레이스를 기대해보자.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