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메달은 말그대로 충격이었다.
부진을 거듭하던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반전을 위해 사활을 건 종목은 1500m였다. 이유가 있다. 1500m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했던 종목이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안현수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이정수가 금메달을 따냈다. 1500m는 갈수록 흐름이 빨라지는 쇼트트랙에서 여전히 한국이 체력과 기술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종목이다. 유일하게 세 장의 출전권을 모두 따낸 종목이기도 했다. 전략이 중요한 1500m에서 세 장의 출전권은 큰 힘이었다.
그러나 실수 하나로 모든 것이 틀어졌다. 준결선 2조에 편성된 신다운이 넘어지며 뒤따라 오던 이한빈과 함께 얼음판을 뒹굴었다. 앞서 1조에서 뛴 박세영이 탈락한 상황에서 결선진출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을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응원단을 덮쳤다. 다행히 이한빈은 억울하게 넘어졌다는 점이 인정돼 결승 진출권을 얻어냈지만, 이 상황은 1500m의 메달 색깔을 결정지은 결정적 장면이 됐다. 이한빈은 홀로 결선에서 싸웠지만, 찰스 해믈링과 안현수의 벽은 높았다. 결국 이한빈은 6위로 경기를 마쳐야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15일(이하 한국시각) 1000m와 22일 500m, 5000m 계주가 남아있다. 개인전의 경우 신다운 이한빈 둘만이 출전한다. 이중 '에이스' 역할을 해야하는 신다운이 지독한 불운을 겪고 있다. 신다운은 서울 목동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때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마커를 건드려 넘어지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날도 신다운은 준결선에서 넘어지기 전까지 완벽한 레이스를 펼쳤지만 불의의 실수로 한순간 무너졌다. 자신감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경험부족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대표팀은 올림픽 경험이 전무하다. 경험 많은 노진규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그는 부상으로 이번 올림픽에 오지 못했다. 여기에 라이벌들은 갈수록 위세를 더하고 있다. 찰스 해믈링은 1500m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안현수는 1500m보다 500m와 1000m가 더 자신있다는 모습이다. 개인전보다 5000m가 확률이 높지만, 지금의 분위기라면 메달 획득도 장담할 수 없다.
과연 남자 쇼트트랙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지금 상황에서는 노골드를 우려하기 보다 노메달을 탈피하는게 급선무로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