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25·대한항공)은 말문을 닫았다.
아무런 말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흘렀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 그는 11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1·2차레이스 합계, 69초69를 기록했다. 4위에 만족해야 했다.
네덜란드가 다시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 했다. 미셸 뮬더가 69초312로 금메달, 스메켄스와 로날드 뮬더가 69초324, 69초46으로 각각 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또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1000분의 1초차로 희비가 엇갈리는 종목이 스피드스케이팅 500m다.
모태범은 1차 레이스에서 34초84를 기록, 4위로 마쳤다. 1위는 34초59의 얀 스메켄스(네덜란드)였다. 불과 0.25초 차였다. 미셸 뮬더가 34초63으로 2위, 나가시마 케이치로가 34초79(일본)로 3위에 올랐다. 2차 레이스에서 모태범의 상대는 미셸 뮬더였다. 미셸 뮬더는 모태범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혀왔다. 하지만 34초85을 기록, 34초67의 미셸 뮬더에 밀렸다.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을 이끌고 있는 케빈 크로켓(40·캐나다) 코치는 "네덜란드 선수들이 오늘 잘 탔다. 반면 일본은 무너졌고, 모태범도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며 "모태범이 최근들어 이런 레이스를 펼친 적이 보지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모태범도 인간이다. 본인이 더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모태범은 12일 시작되는 1000m에서 메달에 다시 도전한다. 크로켓 코치는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1000m가 남아있다. 모태범은 곧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태범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선 500m에서 금메달, 1000m에선 은메달을 차지했다. 4년이 흐른 소치동계올림픽, 모태범은 "500m보다 1000m가 더 욕심난다"고 했다. 1000m의 호적수는 미국의 샤니 데이비스다. 크로켓 코치는 "역시 샤니 데이비스가 강력한 라이벌이다. 그는 600m 후 막판 스퍼트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제 1000m를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