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김규희(22)는 프로 데뷔 4년차 가드다. 올시즌에 최윤아와 짝을 이뤄 신한은행의 앞선을 책임지고 있다. 올시즌 팀의 25경기에 모두 나와 평균 23분 32초를 뛰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기록중이다.
김규희는 빠르게 주전급으로 도약한 편이다. 사실 여자프로농구는 주전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새로운 선수의 성장이 쉽지 않은 구조다. 날이 갈수록 아마추어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점점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다. 현재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물러났을 때,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느냐에 대한 걱정이 많다.
사실 신한은행은 6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하면서 신인드래프트에서 좋은 유망주들을 수혈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후순위 선수들을 영입하게 된 영향이었다. 청주고를 졸업한 김규희 역시 2011년 1라운드 5순위에 지명됐다.
하지만 힘이 좋은 김규희는 끈질긴 수비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매년 출전시간이 조금씩 늘어갔다. 수비에 특화된 선수에서 점차 공격도 되는 선수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최윤아의 백업 역할에서 이젠 함께 짝을 이루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꾸준한 출전기회가 김규희를 성장시켰다. 올시즌 평균 4.72득점을 기록중인 김규희는 10일 하나외환전에서 데뷔 후 최다인 15득점을 폭발시켰다. 고비 때마다 터진 3점슛도 일품이었다. 3점슛 3개 성공 역시 데뷔 후 최다였다.
김규희는 "팀에 도움이 된다는 것 자체가 기쁜 것이다. 그동안 언니들이나 감독님, 코치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데뷔 후 최다 기록인 줄도 몰랐다. 그녀는 "슛이 한 두개 들어가다 보니 자신감이 붙으면서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수줍어했다.
팀 동료이자 선배인 최윤아는 김규희의 가장 큰 조언자다. 최윤아는 김규희와 뛰면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혼자 리딩을 맡아야 할 때와 달리, 함께 뛰면 보다 폭넓은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규희 역시 "윤아언니와 뛰면 부담도 덜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는 것 같다. 혼자 뛰면 리딩을 해야 하는데 아직 게임 흐름을 읽는 부분이 부족하다. 윤아언니와 뛰면 그런 얘기를 많이 해준다. 리딩 외적으로 다른 역할도 많이 할 수 있다"고 했다.
김규희의 끈질긴 수비력은 리그 정상급이다. 최윤아 역시 일대일로 맞붙었을 때 가장 힘든 선수로 김규희를 꼽는다. 수비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김규희는 "내가 힘이 세다 보니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칭찬에 인색한 임달식 감독도 김규희의 성장세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임 감독은 "많이 좋아졌다. 슛에도 자신감이 많이 붙었고, 충분히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규희는 이에 대해 "감독님이 칭찬을 잘 안 하시는 편인데 벤치로 들어가면 어깨를 토닥여 주실 때도 있다. 그래도 아직 칭찬보다는 잘 안 된 부분을 더 많이 말씀하신다"고 했다.
데뷔 4년차, 주전급으로 도약한 것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김규희는 "자리를 잡아간다는 것이 기분은 좋지만, 그만큼 작은 실수도 용납이 안 된다. 부담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일단 최선을 다하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낯설어 하는 모습에서 또래의 순수함이 느껴졌다. 김규희는 "아직 욕심내기 보다는 배워야 할 게 더 많은 입장이다. 뛰면서 배우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