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26·대한항공)은 아시아의 역사였다.
4년 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값진 메달을 수확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인 5000m에서 은메달, 1만m에서는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는 2009년까지는 쇼트트랙 선수였다. 그의 메달 행진에 기적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승훈이 8일(이하 한국시각)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첫 무대에 섰다. 하지만 아쉬움이 진했다.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6분25초61의 기록으로 12위에 머물렀다. 크라머가 6분10초76으로 밴쿠버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차지한 가운데 얀 블로쿠이센(6분15초71), 요리트 베르그스마(6분16초66)가 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밴쿠버 때 함께 호흡한 김관규 전 감독은 SBS 해설위원으로 변신, 소치에 와 있다. 장거리 출신 지도자인 김 감독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을 전향한 이승훈을 조련, 신화를 만든 주역이다.
김 감독은 이승훈의 경기 후 "선수가 레이스를 잘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승훈이는 원래 3000m 이후 빨라져야 하는 스타일인데 그렇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승훈 밴쿠버 당시 마지막 세바퀴에서 29초51, 29초54, 29초26을 찍으며 경쟁자들보다 1초가량 빠른 랩타임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소치에선 오히려 후반부 레이스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세바퀴 기록이 31초49, 31초73, 32초63으로 저조했다.
컨디션에 조절에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소치에서 승훈이가 훈련을 하는 것을 한 차례 봤는데 너무 가볍게 하더라"고 했다.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승훈은 18일 1만m에 출전, 메달 사냥에 다시 나선다. 김 감독은 희망을 얘기했다. 그는 "올림픽에선 아무도 모른다. 타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며 섣부른 전망을 경계했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