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의 문이 열렸다.
8일 오전 1시 14분(이하 한국시각) 화려한 축포가 터졌다. 시각에도 의미가 있다. 현지시각으로는 7일 오후 8시 14분이었다. '2014'를 착안해 20시 14분 지구촌 최대 겨울 스포츠 축제가 시작됐다. 러시아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이다. 러시아는 프랑스,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에 이어 7번째로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나라가 됐다. 러시아에서 올림픽이 열리기는 1980년 모스크바 하계 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슬로건은 'Hot(뜨겁고), Cool(차갑게), Yours(그대의 것)', 마스코트는 북극곰, 눈표범(설표), 토끼다.
개막식이 열린 러시아 흑해 연안의 휴양도시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은 뜨거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40여개국 정상들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직접 행사를 지켜봤다.
각국 참가 선수들은 역대 처음으로 경기장 옆 쪽이 아닌 지하로 연결된 중앙에서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관례에 따라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가 가장 먼저 하고 개최국 러시아 선수단이 마지막에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두 나라를 제외하고는 러시아어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입장했다.
대한민국은 폴란드의 뒤를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맏형 이규혁(서울시청)을 기수로 앞세우고 60번째로 피시트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규혁은 이번 대회 참가로 한국 선수 중 동·하계 대회를 통틀어 올림픽 최다 출전 기록(6회)을 세웠다. 소치올림픽에 우리나라는 선수 71명과 임원 49명 등 총 120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출전 선수도 역대 가장 많고 선수단 규모도 제일 크다.
한때 미국과 세계 양강 체제를 구축한 러시아는 이번 대회 준비에만 50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쏟아부어 자국의 달라진 위상을 알리려 애썼다. 러시아의 꿈'을 주제로 160분간 펼쳐진 개회식 행사도 러시아 최초의 '차르'(황제)인 표트르 대제 시절의 전성기를 떠올리면서 러시아의 부활을 알리는데 중점을 뒀다.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4만 관중은 카운트다운과 함께 경기장 한가운데에 요정처럼 등장한 '류보프'라는 이름의 소녀에 이끌려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 미래로 여행을 떠났다. 류보프는 러시아어로 '사랑'을 뜻한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고전음악과 발레, 건축, 전통문화 등을 통해 러시아의 역사가 그려졌다. 표트르 대제 시절 번성하는 러시아의 모습도 자랑했고, 대문호 톨스토이의 작품인 '전쟁과 평화' 속 장면도 연출됐다. 20세기로 넘어가서는 화려한 발레 공연과 대도시 모스크바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소개를 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 선언을 하자 오색찬란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발레 곡인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선율 속에 '평화의 비둘기' 공연이 이어져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개회식 총연출은 300편이 넘는 TV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운명의 아이러니' 등 약 30편의 영화 제작에도 참여한 콘스탄틴 에른스트가 맡았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이자 대미는 성화 점화였다. 소치올림픽 성화는 지난해 9월 29일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됐다. 10월 7일 모스크바로 옮겨져 1만4000여명의 주자에 의해 러시아의 2900여개 도시와 마을을 돌았다. 러시아의 서쪽 칼리닌그라드, 극동 추코츠카 반도, 북극의 해저, 바이칼 호수의 밑바닥, 유럽 최고봉인 엘부르즈산 정상, 우주정거장까지 다녀왔다.
성화대에 불을 밝히는 순간 소치의 전설이 시작됐다. 4년을 기다린 메달 레이스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