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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추신수와 한솥밥 먹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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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수 추신수-투수 윤석민'. 메이저리그 텍사스 알링턴볼파크의 전광판에 이런 라인업이 표시되는 장면. 상상만해도 기대감에 부풀어오른다.

그런데 이것이 '상상'에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예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추신수가 소속된 텍사스가 윤석민의 영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대표적 구단이기 때문이다.

냉정히 평가해보자.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도전기'는 지금까지 별다른 내용없이 전개되고 있다. 윤석민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반응은 마치 뽑아놓고 깜빡 잊었다가 뒤늦게 마시는 자판기 커피처럼 뜨뜻미지근하다.

하지만 이런 반응들이 단순히 윤석민이라는 상품이 매력적이 않아서라고 해석해서는 안된다. 이번 스트브리그 전체의 분위기가 이런 식으로 흐르고 있을 뿐이다. 윤석민보다 훨씬 뛰어난 커리어와 기량을 보유한 현직 메이저리거 FA들도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스프링캠프가 임박한 상황이지만, 윤석민은 참을성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앞차가 먼저 빠져나가야 뒷차도 움직일 공간이 생긴다.

이런 와중에 윤석민에 대한 관심을 꾸준하게 보이고 있는 팀이 바로 텍사스다. 이게 단순한 '흥미'정도 인지, 아니면 신중한 '관심'인지는 아직 명확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텍사스가 언제나 '윤석민 영입가능 구단'의 리스트에 들어있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리스트에서 매우 높은 순위로 올라왔다.

사실 텍사스는 그간 윤석민에게까지 신경을 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스토브리그에서 할 일이 많았다. 우선 FA 거물인 추신수를 잡아 출루율과 공격력을 높이는 게 스토브리그에서 텍사스의 첫 번째 미션. 이건 완벽하게 성공했다. 뉴욕 양키스를 물리치고 추신수를 붙잡았다. 또 그에 앞서 거포 프린스 필더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화력 보강 대책을 확실하게 세웠다.

공격력 보강을 마친 텍사스에게 이제 남은 숙제는 투수력 보강이다. 최근 악재가 있었다. 팀 선발로 지난 3년간 꾸준히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던 데릭 홀랜드가 최근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당장 선발진 공백이 생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이후 공격적인 투자로 2014시즌에서의 명예 회복을 노린 텍사스로서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이렇게 상황이 급변하자 텍사스는 시장에 나와있는 여러 FA투수들을 보다 세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윤석민도 그 중 하나다. 텍사스의 지역 언론들은 이제 윤석민의 이름을 언급하고 나섰다.

현 시점에서 윤석민의 텍사스행 가능성을 구체적인 숫자로 환산하는 건 무의미하다. 이제 텍사스가 조금 더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는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해볼 만한 요소들은 있다. 우선 윤석민의 에이전트가 '협상의 달인' 보라스라는 점. 텍사스는 보라스의 오랜 단골손님 중 하나다. 조금 비싸지만, '믿고 쓰는 보라스표 선수'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추신수의 영입이 바로 그 증거다. 또 이왕 한국인 선수 추신수를 영입한 마당에 또 다른 한국 투수를 데려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다. 추신수와 윤석민을 묶은 마케팅으로 지역 한인사회의 관심과 매출 증대를 노릴 수도 있다.

결국 관건은 남아있는 FA 투수들의 동향과 윤석민의 결심이다. 아직까지 브론슨 아로요나 우발도 히메네스, 어빈 산타나 등 대어들이 많다. 그러나 윤석민은 이들과는 달리 퀄리파잉 오퍼에 해당하지 않아 신인지명권 양도의 위험이 없다는 상대적 장점이 있다. 몸값도 마찬가지로 윤석민이 이들에 비하면 싸다. 결국 다른 선수들 대신 윤석민에 대한 적극 관심을 보이는 팀이 있을 것이다. 텍사스도 그 후보 중 하나다. 과연 윤석민은 알링턴에서 추신수와 같이 경기에 나서게 될 수 있을까. 결정은 윤석민의 몫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