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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성균 "두 아들에겐 삼천포보다 뽀로로가 인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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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거다. 김성균의 살벌하고도 화려한 과거를. 2012년 '범죄와의 전쟁'과 '이웃사람' 두 편의 영화로 김성균은 그 해 열린 영화제를 싹쓸이하며 신인상 6관왕에 올랐다. 충무로 블루칩, 무서운 신예, 괴물 신인, 미친 존재감. 그의 이름 앞에 붙던 수식어들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정말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김성균이 하루아침에 '국민 요정'이 되다니. '응답하라 1994'를 연출한 신원호 PD의 '한 수'가 제대로 통했다. 조폭과 살인마 같은 악역 이미지로 굳어질 뻔했던 김성균은 '러블리한' 매력의 삼천포를 만나 '포블리(삼천포와 러블리의 합성어)'로 다시 태어났다.

"첫 회에 나왔던 지하철 장면을 촬영할 때는 아무도 저를 못 알아보셨어요. 시민들이 '무얼 촬영하는 거냐'고 물어보셔서 '드라마 촬영한다'고 했더니,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연예인은 안 나오나 봐요?'라고 묻기도 하셨죠. 하하하. 하지만 요즘엔 다들 알아보시고 반가워해 주세요. 날마다 삼천포의 인기를 실감하는 중입니다."

신원호 PD는 영화 '박수건달'에서 김성균이 연기한 춘봉이 캐릭터에서 '시골 촌놈' 삼천포의 얼굴을 발견했다. 춘봉이처럼 웃으면서 어색한 서울말을 쓰는 삼천포를 상상해보니 꽤 흥미로웠다고 한다. 그리고 김성균은 작가와 연출자가 설정한 캐릭터에 자신만의 해석을 보태 삼천포를 완성했다. 5대5 가르마의 헤어스타일, 목 끝까지 단추를 채운 셔츠, 배꼽 위로 올려 맨 허리띠에서 삼천포의 고지식한 성격이 묻어난다. '삼천포스럽다'는 형용사를 하나 만들고 싶을 정도. 김성균은 "화면에 울퉁불퉁하게 못생기고 촌스러운 모습으로 나와서 기분 좋다"며 웃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성균은 삼천포와는 다르게 훈남 스타일에 가까웠다. 하지만 특유의 개구진 표정은 숨겨지지 않았다. "삼천포는 제가 술에 많이 취했을 때 나오는 모습이에요. 애교도 많아지고 사투리도 엄청 쓰죠. 장난기도 많고요. 삼천포의 퉁명스러운 표정은 어린아이들을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예요. 아이들은 1차원적인 감정이 표정에 다 드러나잖아요. 삼천포의 순수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본에도 삼천포의 표정을 명시하는 지문이 많았고요."

어디 외모와 표정 뿐이겠는가. 연기 분석과 연구를 얼마나 치열하게 했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삼천포를 연기하는 건 몸에 붙어 있던 군더더기를 풀어헤치는 작업이었어요. 벗으면 벗을수록 이 친구의 매력이 드러나니까요. 어른이 된다는 건 하나씩 옷을 걸치는 거잖아요. 어른스러운 표정과 근엄한 눈빛 같은 걸 벗어버리면서 순수해지고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악역 연기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가벼운 연기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삼천포의 짝꿍 도희와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일출과 함께한 선상 키스신은 지금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하지만 촬영 현장은 '대참사'를 방불케 했다. 김성균과 연출자만 빼고 모두가 배멀미를 심하게 한 탓이다. 도희는 키스신을 찍은 직후 멀미로 구토를 했다고 한다. "똑부러지게 연기하는 도희가 무척 기특했어요. 함께 연기하는 게 재밌었죠. 도희를 동생으로 무척 아끼지만 여배우로서도 좋아할 수밖에 없었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오빠들보다 성숙한 아이예요. 촬영장에선 장난꾸러기 오빠를 여러 명 둔 철든 여동생 같았죠."

연극배우 출신인 김성균의 아내는 도희와의 로맨스 연기를 보며 한마디 툭 내뱉었다. "나는 내가 쿨한 여자인 줄 알았다"라고. 김성균은 "나에게도 신경을 좀 써달라는 은연중의 귀여운 협박인 셈"이라며 "가족의 응원이 연기활동에 가장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문득 꼬마 아이가 김성균에게 '동생을 사달라'고 조르는 CF의 한 장면이 떠올라서 '아빠' 김성균에 대해 물으니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 번진다.

"연년생인 두 아들은 아직 TV에 나오는 아빠보다는 폴리나 뽀로로를 더 좋아해요. 저는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편인데 그동안 바빠서 밤늦게 자는 모습만 봤어요. 이제 자주 놀아줘야죠. 아들들의 아빠 쟁탈전이 얼마나 재밌는데요. 요즘엔 결혼을 일찍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성균은 실제로 삼천포 지역에서 1년간 극단생활을 했고 경남 지역에서 연극을 하다가 대학로에 올라왔다. 그렇게 연극 무대에서만 10년. 무시무시한 연기내공을 생각하면 지금의 스포트라이트가 뒤늦은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김성균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가족과 연기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다음 작품에 대한 바람도 소박하다. "작품에 깊이 숨어들어야죠. 진득하고 조용하게 작품으로 힐링하고 싶어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