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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브라질 설맞이, 쉼표로 핀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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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선수들에게 민족의 대명절 설은 남의 얘기일 뿐이다. 전지훈련에 참가하느라 매해 가족이 아닌 팀 동료들과 외국에서 설을 맞아야 하는 것이 K-리거들의 운명이다. 그러나 구단이 마련한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 명절의 아쉬움을 조금은 달랠 수 있다.

1월 8일부터 한달간 브라질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전북이 뜻깊은 설맞이 행사를 가졌다. 무려 상금 4500달러(약 482만원)가 걸린 전북의 특급 '이벤트'가 브라질에서 열렸다. 설을 하루 앞둔 1월 30일, 최강희 전북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이철근 전북 단장이 개최한 '설맞이 족구 및 가위바위보 대회'다. 특히 '복불복' 경기인 가위바위보 대회에서는 선수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큰 웃음이 터져나와 고단한 전지훈련에 지쳐 있는 선수들에게 비타민 같은 활력을 줬다.

코칭스태프와 이 단장이 마련한 상금 4500달러를 차지하기 위한 선수들의 '장외 전투'는 치열했다. 각 팀 마다 색다른 전력을 앞세워 족구에 임했다. 족구 대회에서는 최고참인 최은성이 이끄는 팀이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최은성 권순태 이재성 김인성 권영진 박세직 마르코스로 구성된 최은성 팀은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는 수비 전술을 앞세워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맞선 정 혁 팀과 '역습작전'을 펼친 김남일 팀을 무찌르고 3500달러를 차지했다. 이어 열린 가위바위보 대회에서는 룸메이트가 한 팀을 이뤘다. 상대 팀원 2명을 모두 이겨야 승리하는 방식이었다. 가위바위보를 처음 해본다는 브라질 출신의 마르코스, 카이오조가 준결승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나 '노련한' 김남일의 노림수에 막히며 브라질 듀오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김남일-한교원 팀은 3연승을 질주하며 정 혁-최보경 팀을 물리치고 1000달러의 주인이 됐다. 하이라이트는 김남일의 반응이었다. 카리스마의 대명사인 김남일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점프까지 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고참인 김남일의 환호에 선수단은 큰 웃음을 지으며 설맞이 이벤트를 마무리했다. 설날인 31일에는 3주간 단내나는 훈련으로 지친 선수들에게 처음으로 휴식이 주어졌다. 떡국과 닭볶음탕 덕분에 외국에서 설 분위기를 냈다. 그러나 훈련이 너무 힘들었던 탓일까. 자유시간에도 선수들은 방문을 나서지 않았다. 숙소 주변에 위치한 슈퍼마켓에서 브라질산 커피를 구입한 것 외에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이유가 있었다. 전북 관계자는 "브라질에 17년 산 현지 에이전트가 한 번의 납치와 두 번의 강도 사건을 당한 경험을 선수들에게 얘기해줬다. '저녁에 숙소 밖에 나가면 강도를 만날 확률이 높다'는 말에 다들 숙소에 머무른 것 같다"고 전했다.

설 연휴에 이벤트 경기와 휴식으로 재충전을 한 전북은 3일부터 일주일 동안 브라질 주리그의 상파울루, 코린치안스, 팔메이라스 등과 친선 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릴 예정이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번 이벤트는 지친 선수들의 분위기 전환과 동시에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자리였다. 서로 격려하고 함께 웃게된 이 시간이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며 성공리에 끝난 설 맞이 이벤트를 자평했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