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이 날카로웠다.'
타자가 아닌 투수 오승환(32)에 대한 평가다.
오승환의 소속팀 한신 타이거즈는 지명타자가 없는 센트럴리그에 속해 있다. 지명타자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나 퍼시픽리그와 달리 센트럴리그는 투수도 타석에 들어간다. 투수는 하위타선, 주로 9번에 들어가는데, 적극적으로 배팅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타수 투수가 타석에서 물끄러미 공을 바라보다가 삼진으로 물러난다. 부상 위험을 피하고, 투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물론, 주자가 있을 때는 벤치의 지시에 따라 번트를 시도하기도 한다.
마무리 투수는 경기 막판 박빙의 상황에서 등판한다. 오승환이 타석에 서는 상황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다른 환경이다. 경기가 연장전으로 넘어가거나 접전이 이어지면 오승환도 배트를 잡아야 한다.
오승환이 1일 한신의 오키나와 기노자구장에서 30분 동안 타격훈련을 했다. 스프링캠프 첫 날 오승환은 가벼운 캐치볼로 어깨를 풀었고, 50~60m 거리에서 공을 던졌다. 오승환은 한신이 공을 들여 영입한 특급 마무리 투수, 팀 전력에 핵이 되는 선수다. 캠프 첫 날부터 그의 투구, 몸 상태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런데 투구못지 않게 코칭스태프와 일본 취재진의 시선을 끈 게 타격훈련이었다. 오승환은 경기고를 졸업한 후 단 한 번도 타석에 서지 않았고, 삼성 시절에도 배팅훈련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타격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는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오승환은 이를 의식해 캠프에 합류하기 전 한 달 간 괌에서 개인훈련을 하면서 배팅연습을 했다고 한다.
첫 타격훈련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승환은 "긴장됐다"고 했다. 그는 "어려웠다. 공이 빨라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오승환도 한 경기에서 3안타를 때린 류현진(LA 다저스) 처럼 타격에 소질이 있는 모양이다.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산케이스포츠는 오승환이 티배팅에서 날카로운 스윙을 했고, 피칭머신을 상대해 직선타구를 날리는 등 대단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2일 보도했다. 한신 관계자는 오승환이 타석에 들어가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타격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코칭스태프로부터 수비 훈련 때 2루 송구동작이 빠르고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와다 유타카 감독도 안정적인 수비를 칭찬하며 "좋은 출발"이라고 했다.
스포츠호치는 오승환이 긴장해서인지 첫 날 훈련 때 표정이 딱딱해 보였지만, 수비 훈련 때 실수를 하지 않는 등 몸이 이미 완성돼 있었다고 전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오승환은 7일부터 본격적인 투구를 시작한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팀으로 꼽히는 한신의 수호신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오승환.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일본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