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하면 큰일난다?
프로농구 정규리그 순위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모비스-SK-LG가 벌이는 3강 싸움이 매우 흥미롭다. LG가 선두 모비스에 2.5경기차로 벌어지며 조금 뒤처지는 형국이지만, 아직까지 이 경쟁이 끝났다고 할 수 없다. 세 팀이 1위 싸움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만약 2, 3위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플레이오프 험난한 길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규정상 정규리그 1, 2위 팀이 4강에 직행한다. 그리고 3-6위팀과 4-5위팀이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이후 3-6위팀 승자가 2위팀과, 4-5위팀 승자가 1위팀과 경기를 벌인다.
문제는 이번 시즌 유독 팀들의 전력 평준화가 두드러지며 1위를 빼고는 누구도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먼저 세 팀 중 3위를 차지한 팀은 가시밭길이다. 6위팀을 먼저 꺾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6위는 오리온스. 무서운 연승행진을 달리며 공동 4위 전자랜드와 KT를 2경기차로 추격중이다. 만약 오리온스가 정규리그를 6위로 마감한다고 가정해보자. 3위팀에게는 재앙이다. 4대4 트레이드 이후 높이를 바탕으로 한 젊고 빠른 농구가 완성되며 상위권팀들을 가장 크게 위협할 다크호스로 성장해버렸다. 물론, 오리온스가 전자랜드와 KT를 제치고 상위 순위로 올라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렇다고 전자랜드와 KT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들을 물리치고 올라가도 문제다. 힘은 빠질대로 빠진 상황에서 2위팀, 즉 3강에서 나머지 두 팀 중 한 팀과 만나야 한다. 말이 필요없다. 누구라도 어렵다. 정상전력으로 맞붙어도 넘기 힘든 산들인데, 체력싸움에서 밀리면 방도가 없다.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정규리그 2위팀도 힘들다. 승차를 감안해 현 3강이 그대로 유지도니다. 그리고 3위팀이 6위팀을 누르고 올라온다고 가정해보자. 힘은 빠졌겠지만 어찌됐든 시즌 내내 3강 싸움을 해온 강팀이다. 4-5위팀들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4강에 직행하고도 탈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긴다고 해도 혈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챔피언결정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대적으로 1위를 차지하면 한결 수월하게 플레이오프를 준비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 특성상 어느팀도 만만히 볼 수 없지만, 그래도 3강팀 중 한 팀과 4강에서 만나는 것보다는 속이 편하다.
단순한 타이틀 경쟁이 아니다. 챔피언결정전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한 필수 과정이 된 정규리그 우승이다. 아직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과연, 어느팀이 정규리그 1위 티켓을 손에 쥐고 우승에 도전하게 될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