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모비스에게는 이번 정규리그, 그리고 포스트시즌 행보를 바꿀 수 있는 값진 1승이었다.
모비스가 드디어 SK병을 치료했다. 모비스는 3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시즌 5번째 맞대결에서 연장 접전 끝에 97대85로 승리,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이날 경기 전까지 4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던 모비스는 5번째 경기 만에 SK를 꺾으며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2경기 연속 연장승부. 사실 시즌 5차전도 모비스에는 쉽지 않은 경기였다. 경기 초반 큰 점수차로 앞서다 역전을 허용했고, 4쿼터 다시 승기를 잡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문태영이 자유투 2개 중 1개를 놓치며 결국 동점으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집중력이 조금만 흐뜨러졌다면 4차전과 같이 연장전에서 허무하게 패할 뻔 했지만 박구영과 양동근의 결정적인 3점포를 앞세워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만나기만 하면 접전이었다. 그런데 결국 승리는 SK의 몫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SK전 연패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지난 시즌에도 정규리그 SK에 2승4패로 열세였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4-0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는 별개라는게 유 감독의 생각.
하지만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과 다르다. SK는 주축 선수들이 그대로 2년 연속 팀플레이를 하는 가운데 조직력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더 좋은 경기력이 기대되는 팀이다. 때문에 2연패를 노리는 모비스의 입장에서 가장 큰 산은 SK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리그 SK에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다면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에 분명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다. SK 선수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모비스 선수들은 심리 싸움에서 지고 들어갈 수 있었다. 만약, 5차전에서마저 졌다면 마지막 6차전은 엄청난 압박감 속에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경기력에서 손해를 볼 확률이 컸다. 다행히 부담스러웠던 5차전을 잡아내며 남은 6차전을 부담없이 치를 수 있게 된 모비스다.
"SK전 결과는 크게 상관없다"던 유 감독도 경기 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큰 짐을 덜었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그만큼 '만수' 유 감독에게도 부담스러웠던 한판이었다. 플레이오프 뿐 아니다. 정규리그 선두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많은 전문가들이 모비스-SK-LG의 3강 싸움에 대해 "결국 맞대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4라운드까지는 모두 패했지만 전체 성적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맞대결까지 승리로 가져간다면 모비스의 정규리그 우승이 더욱 유리해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