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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전 다시보기, 포커스는 '김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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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됐다. 완성된 팀으로 경기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통해 팀을 완성해 가는 단계. 일단은 긴 호흡에 부치고 볼 일이다. 월드컵의 해에 열린 첫 경기라는 상징성이 컸지만, 당장 나무가 잘 잘리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면 도끼의 날을 더 날카롭게 갈 수 있는지에 더 신경 쓸 때다. 이러한 관점에서 돌아본 코스타리카전 승리는 어땠을까.

▶ 조직적인 미완성은 당연한 얘기

전체적인 밸런스가 꽉 잡히지 않았다. 플랫 4는 라인 컨트롤에 실패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상대 공격수의 마킹 과정에서 역할에 대한 분담도 명확지 않았다. 공격으로 전환할 때, 아군의 진영에 남겨둬야 할 수비 숫자에 잉여 자원이 생기기도 했다. 이 탓에 더 빠르게 맹렬히 상대 진영으로 치고 올라가기 어려웠다. 오버래핑한 측면 수비가 윙어와의 거리를 좁혀 더 적극적인 연계를 이뤄내지 못한 부분이 큰 아쉬움이다. 그뿐 아니라 볼에 접근하는 공격진의 템포나 간격 유지도 짚고 갈 부분이다.

어쩔 수 없었다. 아무래도 김기희-강민수의 생소한 중앙수비 조합으로 엄청난 조직력을 발휘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명주-박종우의 중원 조합은 뾰족한 패스 루트를 찾지 못했고, 함께 뛴 시간이 부족했던 측면 및 최전방 자원은 유기적인 포지셔닝에 실패했다. 더욱이 볼을 처리하거나 공간으로 뛰어들 때 선수 개개인이 보였던 몸 상태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평가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단발성 준비보다는 지난 시즌 종료 후 푹 쉬었던 몸을 깨우고 끌어올리는 단계였음이 절절히 배어난 경기. 쫄깃한 축구를 구현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랐던 게 사실이다.

▶ 조금 더 공들여야 할 김신욱 활용법

김신욱 기용의 성패는 무작정 볼을 띄우느냐의 여부에 달려있었다. 이 선수의 머리만을 겨냥하는 패턴이 참으로 위험할 수 있음은 그동안 처절히 증명돼 왔다. 2012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자격으로 나선 클럽 월드컵 무대가 하나의 사례. 김신욱의 미미한 활약에 수비 불안까지 겹친 울산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무엇보다 아시아의 공중을 장악했던 이 선수가 상대 몬테레이 수비진과의 경합 속에서 전혀 힘을 못 낸 게 뼈아팠다. 상대가 김신욱의 타점을 방해할 대인마크에 조금만 집중해도 그 파괴력은 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선수의 발전 가능성을 떠나, 공중만을 고집했을 때의 결과는 처참할 공산이 너무나도 크다.

다행히 이번에는 단조로운 패턴이 상당히 줄었다. 김신욱은 왕성한 활동량으로 미드필더 진영까지 내려와 함께 싸웠고, 연계에 나서며 패스의 전진을 도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아쉬웠던 건 이근호를 비롯한 동료들의 도움. 이 중 고요한은 공간을 만들어 뛰어드는 플레이에서 본인의 스피드를 더 살릴 수 있었을 터인데, 계속 볼이 머무는 진영으로 들어오곤 했다. 김신욱의 경합에 이은 세컨볼을 노렸다고 해도 그 동선에는 중복이 많았다. 그렇다고 김신욱을 보좌하는 이 선수들이 대신 페널티박스로 침투할 능력도 안 되는 상황. 원톱의 적극성도 좋지만, 지나치게 넓은 활동 폭으로 득점의 사정권에서 멀어지는 것은 절대 달갑지 않았다.

▶ 코너킥 상황에서의 낮은 적중률

세트피스도 상당히 아쉬웠다. 특히 숱하게 잡은 코너킥 찬스를 번번이 날렸다. 김신욱의 머리를 오롯이 활용할 상황은 인플레이가 아니라 정지된 볼을 띄워 경합할 데드볼 상황이었는데, 이도 녹록지는 않았다.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공격 팀은 흔히 5명을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여보낸다. 코스타리카전도 마찬가지. 김민우가 상대 골키퍼 앞에서 시야를 방해하며 성가시게 하는 임무를 맡았고, 이근호는 뒤로 돌아가 흐르는 볼을 처리하고자 했다. 볼이 주로 떨어질 지점에는 강민수와 김기희가 있었고, 김신욱은 상대를 끌고 나가며 잘라먹는 헤딩을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먹혀들기엔 박종우의 발을 떠난 킥부터 문제였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가끔 전담키커 기성용을 대신해 세트피스에 다양함을 선사했던 이 선수는 감각이 상당히 죽어 있었다. 더욱이 이근호가 돌아나가는 대신 중앙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을 슬쩍 내비친 것 외엔 그 움직임이 너무 단순했다. 하루 전 훈련 과정에서 약속한 패턴이었겠으나, 너무 뻔한 쇄도로는 상대가 알면서도 당할 만한 파괴력을 지니기 어려웠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