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호가 아시아축구연맹(AFC) U-22 챔피언십을 4위로 마쳤다.
한국 22세 이하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각) 오만 무스카트 시브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대회 3~4위전에서 패했다. 한국은 정규 시간과 연장전을 득점 없이 마치고 승부차기에 돌입했으나 잇단 실축으로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처음으로 열린 U-22 대회에서 첫 우승을 노렸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 감독은 대회 전 "목표는 우승"이라고 공언했다. 지난해 터키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8강 신화 멤버 대신 K-리그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22세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란에서 전지훈련까지 치렀다. 그러나 결과 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에서도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이광종호의 최종 목표는 28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이번 대회에서 보인 문제를 9월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까지 해결해야 한다.
물론 변명의 여지는 있다. 비시즌이라 선수들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휴식을 취하다 합류한만큼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부상자들도 속출했다. 11~12월에 시즌이 끝나는 한국, 일본, 중국이 중 한국만이 4강에 진출했다. 결승에 진출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는 모두 가을에 시작해 여름에 시즌이 끝나는 추춘제를 택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 일정도 너무 빡빡했다. 최악의 컨디션을 감안한다면 4강 진출도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그러나 경기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이광종 축구의 핵심은 강한 압박과 패싱게임을 통한 중원 장악이다. 이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이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압박까지는 성공했지만, 패스 미스가 너무 많았다. 중원에서 경기가 풀리지 않다보니 답답한 경기가 계속됐다. 백성동(주빌로) 김경중(캉) 윤일록(서울)의 개인 돌파가 없었다면 찬스메이킹은 사실상 전무했다.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는 슈팅 자체가 실종됐다. 수비도 부실했다. 이재명(전북) 최성근(사간도스)이 자리잡으며 한층 나아졌지만, 상대 패스 한번에 무너지는 가슴 철렁한 장면이 여러차례 나왔다. 결정력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이종호(전넘)의 부상 이탈이 있었지만, 황의조(성남) 김 현(제주)의 움직임은 아쉬웠다.
이라크 징크스도 걸리는 대목이다. 이 감독은 최근 이라크와의 4번의 맞대결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2012년 11월 열린 AFC U-19 챔피언십에서 조별리그와 결승서 이라크와 두 번의 경기를 치렀다. 예선에서 0대0 무승부, 결승전에선 1대1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1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지난해 7월 터키서 열린 청소년월드컵 8강서 다시 한번 이라크를 만났다.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대3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서 4-5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4강전에서 이라크에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이라크는 최근 황금세대라 할만큼 좋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길목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기에 반드시 넘어야 하는 징크스다.
물론 인천아시안게임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다. 손흥민 류승우(이상 레버쿠젠)같은 해외파와 이 감독의 축구를 잘 아는 20세 이하 선수들, 23세 이상의 와일드카드까지 합류한다면 한층 전력이 상승될 것이다. 여기에 시즌 중이라 선수들의 컨디션도 이번 대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를 것이다. 첫 대회 우승 실패는 아쉽지만 남은 과제를 잘 해결해 더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는 이광종호가 삼켜야 하는 쓴 약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